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옥죄기 입법에 무색해진 ‘원팀’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8 18:26

수정 2025.08.28 18:26

정원일 산업부 기자
정원일 산업부 기자
새 정부의 대미 관세협상에 이어 첫 한미 정상회담이 무사히 끝났다. 성과에 대해선 각자 이견이 있겠지만, '팀 코리아'의 이름을 짊어진 재계 총수들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는 것은 명확한 듯하다. 각 기업이 고심해 내놓은 막대한 투자 보따리는 물론 '민관 원팀'을 외치며 대외 불확실성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번번이 강조해 온 정부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원팀이 무색한 기업 옥죄기가 한창이다. 새 정부의 탄생과 함께 기업들이 재고를 연이어 요청해 온 '노란봉투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밖에서는 동맹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안에서는 규제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제도의 도입은 그 취지는 물론 현실에 적용됐을 때의 충격과 부작용 등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노란봉투법도 취지는 좋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노조에 물을 수 없도록 하고, 근로조건뿐 아니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그 여파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법안에 모호한 지점들이 있어서다. 예컨대 정당한 쟁의행위에 포함될 수 있는 사업상의 경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대표적이다.

모호함이 커질수록 악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분쟁이 많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직 제도가 현실화하기 전이지만, 이미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는 대형로펌들이 앞다퉈 노란봉투법 태스크포스(TF)를 만든 것만 봐도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이 근로자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증시만 봐도 알 수 있다. 법 통과 직후 로봇·자동화 관련주는 급등했다. 기업으로서 노사 리스크를 줄이려면 결국 사람 대신 기계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심리가 반영된 탓이다. 노동자를 지키겠다며 만든 법이 정작 그 취지와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정부에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일관된 제도와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 점에서 대외적으론 기업을 '국가대표 선수'로 내세우면서, 대내적으론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이중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이 열어야 할 봉투는 '노란봉투'가 아니라 투자와 고용이다.
'노동자 보호'라는 가치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균형을 잃은 법이 결국 노동자와 기업 모두를 무너뜨리진 않을지, 세심한 고민이 묻어나는 제도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one1@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