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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관세 타결에도 경제전망은 ‘흐림’, 커지는 정부 역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8 18:27

수정 2025.08.28 18:27

한은, 올 성장률 전망치 0.1%p 상향
관세 영향 본격화, 수출 타격 받을 것
한은 금통위는 28일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0%로 유지했다. 2회 연속 동결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점에서다. 한·미 금리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그래픽=뉴시스
한은 금통위는 28일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0%로 유지했다. 2회 연속 동결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점에서다. 한·미 금리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그래픽=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올리면서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6%를 유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 전망치를 올린 데 대해 "2차 추가경정예산과 경제심리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한은이 바라보는 경제는 '일시적 강보합' 정도로 보인다. 추경과 소비쿠폰 정책으로 소비심리는 다소 호전됐지만, 앞날을 좋게 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 폭 15%는 50개국 가운데 18위라고 한다. 미국 관세정책은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 0.45%p, 0.60%p 낮출 것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은 비교적 순조롭게 끝났지만, 미국의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앞으로 대미 수출이 둔화될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미국의 관세정책 탓에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쉽게 밝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대외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부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성장동력을 키우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두 갈래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임기 내 성과를 위해 소비쿠폰과 같은 단기 정책에만 매달리다가는 수십년 후의 한국 경제는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한, 저성장 국가에 머물러 있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는 이 총재의 발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보고서에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한 바 있는데 이미 그 수치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AI를 위시한 첨단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공언들이 공언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AI 개발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AI 3대 강국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다른 전략과 실행력이 따라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경제활동인구, 즉 일할 사람이 줄어들지 않도록 출산율을 높이고 필요하면 과감하게 외국 인력을 수입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의 관세정책은 단지 수출 감소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미투자 약속을 지키려면 국내투자가 위축될 것이고 미국 내 공장 건설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는 가속될 것이다. 고용과 취업은 더 나빠질 게 뻔하며 해외생산 증대는 노사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중국 제조업의 거대한 공세는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전자산업에도 서서히 뻗쳐오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한국 경제는 위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대한 국면에 놓여 있다. 그만큼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수도 많고, 난도가 높다.
노조가 수시로 파업을 벌이고 노란봉투법으로 그 노조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 만큼 한가로운 때가 결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