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보이스피싱·도박자금 1조8천억 유통...PG사 대표 혐의 일부 인정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9 13:55

수정 2025.08.29 11:52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 피고인 측 "피해 발생 사실 인정...범죄 인식 여부는 검토해야"
서울동부지법 전경. 연합뉴스
서울동부지법 전경.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가상계좌를 범죄조직에 제공해 거액의 불법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전자결제대행(PG)사 대표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조아람 판사)은 29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PG사 유렉스의 실질 대표 최모씨와 직원 정모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2023년 10월부터 1년 간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등에 가상계좌 4565개를 제공하고, 이 계좌를 통해 범죄조직 자금 약 1조8000억원이 유통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수수료 명목으로 약 32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영업전무 박모씨와 공모해 보이스피싱 성명불상자들의 사기범죄를 방조했다"며 "성명불상 조직원은 피해자 아들을 사칭해 휴대전화 원격 조종 어플을 설치하도록 유도, 원격조정을 통해 금융정보를 이용하거나 은행 계좌에서 수백만원을 편취해 1억5000여만원의 재산을 취했다"고 기소사실을 설명했다.



공판에서 두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답했지만, 범죄 인식 여부와 피해액 산정 방식 등에 대해서는 다투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씨 측 변호인은 "가상계좌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하나,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피해액 규모에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씨 측은 "대표의 직접 지시가 아니라 영업 담당자의 요청에 따라 단순 실무만 처리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금액 전부가 방조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 측에 공소장 정정을 지시했다. 일부 증거는 다음 기일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서 "내 과실이고 내 잘못"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에 따르면 현재 피해자 10여명과 합의 및 변제가 이뤄졌으며, 소재가 불분명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탁을 진행했다. 최씨 측은 "유렉스가 가상계좌를 제공해 발생한 피해액에 대해서는 전액 변제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보석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심리를 마치고 다음 공판을 내달 26일에 열기로 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