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관세·가격 압박에 흔들린 완성차…원가 개선이 주가 모멘텀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9 16:28

수정 2025.08.29 16:24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 압박에 직면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원가 구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기업별 성과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들어 주가가 약 4.8% 상승했고, 기아도 5% 가까이 오르며 반등했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근본적인 비용 압박 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실적에서도 관세 부담이 뚜렷하다. 미국의 25% 관세 부과 이후 글로벌 주요 완성차 10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평균 2.3%포인트 하락했고, 합산 영업이익은 약 29%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2분기에만 각각 8천억원 안팎의 비용이 반영되면서 이익률이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일본 토요타는 3%포인트 넘게 빠지며 타격이 가장 컸다.

증권가는 관세 영향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가 실제로 본격 반영된 시점이 5월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비용은 2분기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5%였던 세율이 15%로 낮아졌지만 발효가 지연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관세율이 완화되는 4분기 이후에야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조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고, 판매가격을 5~7% 인상해 관세 비용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다만 수요 위축을 피하기 위해 점진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 인센티브 축소, 부품 조달 다변화, 환급제도 활용 등도 병행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격차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관세와 원자재 가격 불안정성이 겹치면서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는 양상이다. 중국 기업들은 대량 생산과 보조금을 바탕으로 저가 전략을 강화하는 반면, 글로벌 업체들은 원가 절감 없이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경은 주가에도 직결된다.
원가 구조 개선에 성공하는 기업은 점유율과 실적을 방어하며 주가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수익성 하락으로 차별화가 불가피하다. 증권가는 관세 완화와 현지화 조치 속도가 빠른 업체일수록 밸류에이션 개선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한국 업체들은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 여부가 향후 실적과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4·4분기 관세율 15%가 발효되면 관세 비용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기업들은 장기 전략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한편, 단기적으로 판매가격을 인상하면서 관세 비용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