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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급발진 의심사고 '제조사 책임' 인정한 2심 파기..."증명 부족"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9 17:00

수정 2025.08.29 17:00

2018년 BMW 사고…첫 항소심 소비자 승소 판결 대법서 뒤집혀
대법 "운전자 측이 '페달 오조작 없었음' 증명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제조사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급발진 의심 소송에서 차량 결함을 인정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에도 제조사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11일 BMW 차량 급발진 의심 사망사고 유족들이 BMW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조사 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당시 66세)씨는 지난 2018년 5월 BMW 차량을 운전하다 호남고속도로 유성 방면으로 빠져나가는 도로의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배우자 B씨와 함께 숨졌다. 당시 차량은 약 300m를 시속 200㎞ 이상으로 질주하며 굉음을 냈고 비상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숨진 A씨 부부의 자녀들은 "정비를 마친 차량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급발진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BMW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심은 급발진 등 차량 결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으나, 2020년 2심은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차를 운행하던 상황에서 제조사의 배타적 지배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해 자동차 결함으로 인함 사고"라며 BMW코리아가 유족에게 각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법원이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첫 항소심 판결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판례를 들어 "자동차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음이 추정되려면 사고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제조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음이 증명돼야 한다"면서 이같은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운전자가 급가속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정, 즉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고 이에 대해선 급발진을 주장하는 피해자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고 차량에서 이전에 결함을 의심할 만한 전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점, 자동차의 제동등이 점등돼 있지 않아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을 추론할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도 지난 16일 2016년 부산에서 발생한 현대차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일가족 5명 중 4명 사망)와 관련한 소송에서 제조사 책임을 부정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