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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AI 반도체 개발…중 토종 업체들, 엔비디아 공백 메우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30 03:23

수정 2025.08.30 03:23

[파이낸셜뉴스]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이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서 성과를 내면서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엑스포에 알리바바 로고가 걸려있다. 로이터 연합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이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서 성과를 내면서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엑스포에 알리바바 로고가 걸려있다. 로이터 연합


중국 최대 클라우드 업체인 알리바바가 새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출 통제와 중국 정부의 ‘백도어’ 의심 속에 엔비디아 H20 반도체 대중 수출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그 공백을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메울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들의 도약을 돕는 뜻밖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리바바는 엔비디아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했던 터라 충격이 크다.

그동안 엔비디아 AI 반도체에 의존하던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엔비디아 반도체 대중 수출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막힌 가운데 엔비디아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WSJ은 업계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여전히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를 따라잡기에는 멀었지만 자체 반도체 개발로 미국의 규제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은 점차 엔비디아가 대중 수출용으로 개발한 H20 반도체 대신 중국 토종 반도체로 갈아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H20 반도체 수출 재개를 승인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보안 위험성을 이유로 각 업체들에 토종 반도체를 쓰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업체들 AI 반도체 개발 열풍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 붐을 타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가 있는 메타X는 지난달 엔비디아 H20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반도체를 공개했다. 이 반도체는 H20보다 메모리가 더 크고, 일부 AI 과제에서는 더 높은 성능을 내기도 한다. 다만 H20보다 전력 소모는 더 크다. 메타X는 27일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도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캠브리콘은 2분기에 AI 반도체 주문이 폭증하면서 2억47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캠브리콘 주가는 올들어 140% 넘게 폭등했고, 28일에는 회사가 나서 주식 매수 과열을 경고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미국 아마존과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자체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로 시작해 아마존처럼 중국 최대 클라우드 업체가 된 알리바바는 신형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알리바바는 29일 실적 발표에서 AI 서비스 수요 폭증에 힘입어 2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26% 급증했다면서 “AI 플러스 클라우드”가 전자상거래와 더불어 알리비바의 양대 성장 엔진이라고 선언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이번에 개발해 성능 시험이 진행 중인 반도체는 과거 특정 용도로 개발된 반도체와 달리 AI 추론 임무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반도체다.

생산도 중국 업체가 담당한다.

이전 알리바바 반도체는 대만 TSMC에서 생산했지만 미국의 규제 속에 이번에는 생산도 중국 토종 업체에 맡겼다.

양산 능력 한계도 돌파하나

중국 업체들이 직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양산 능력이다.

중국 반도체 공장들은 미국의 규제로 반도체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어려워 낡은 설비로 인한 생산 능력 제약에 놓여있다. 토종 반도체 장비로 설비를 확충하려 하고는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자체 AI 공급망을 구축한다며 지난 1월 84억달러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 공장 3곳을 건설해 반도체 생산 역량을 세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 한 곳에서 생산이 시작된다.

중국 업체들은 품질이 달리는 토종 반도체의 한계를 인식하고 양으로 승부하고 있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는 올해 초 토종 반도체 업체 어센드의 AI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서버랙 성능을 뛰어넘는 서버랙을 개발 했다.

어센드 반도체 384개를 통합한 화웨이 AI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블랙웰 반도체 72개로 구성된 시스템에 비해 특정 영역에서는 더 강력한 성능을 보였다. 다만 엔비디아 AI 서버 랙에 비해 5.3배나 많은 반도체를 써야 해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개별 반도체 성능이 떨어지면 양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엔비디아 경고, 현실로

알리바바는 화웨이 반도체가 뚫지 못한 문제도 해결했다. 중국 엔지니어들 상당수가 엔비디아가 반도체와 함께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와 여러 도구들에 익숙해 새로운 토종 반도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엔비디아 반도체 플랫폼에서도 작동하는 반도체를 개발한 것이다. 엔비디아 플랫폼에 익숙한 엔지니어들이 이제는 알리바바 반도체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H20 반도체 수출 통제가 패착이 될 것이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경고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AI 투자에 집중하는 펀드매니저 인터커넥티드 캐피털 창업자 케빈 수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중국 AI 개발자들이 미국과 간격을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3% 넘게 급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