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항소법원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부과한 다수의 고율 관세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거의 모든 미국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할 무제한 권한을 법적으로 갖고 있지 않다는 하급심의 판단을 확정한 것이다.
쟁점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년 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 주장에 대해 중소기업과 일부 주(州) 정부는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로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5월 연방 무역법원은 대통령이 ‘무제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며 다수의 관세를 무효화했다. 행정부는 즉시 항소했고, 법원은 심리 기간 동안 관세를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은 90여 개국을 대상으로 새로운 관세를 추가하며 관세 카드를 확대했다.
이번 판결은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에 직접 적용된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뿐 아니라 이달 새로 발표된 다른 국가 대상 고율 관세도 포함된다. 다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동차, 철강, 기타 제품에 부과된 관세는 별도의 법률에 따른 조치이므로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 달리 경제비상법을 전례 없이 관세 부과 수단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건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만약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할 경우, 백악관의 관세 권한은 대폭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활용해온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항소법원이 “매우 당파적”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 결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미국은 말 그대로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절 연휴를 맞아 우리 모두는 관세가 근로자를 돕고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지원하는 최선의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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