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운영, 구독자 70만명 사이트…여성 정치인·배우 등 피해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을 합성한 음란물이 이탈리아의 한 성인 사이트에 게시된 데 대해 "역겹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29일(현지 시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성인 사이트에 멜로니 총리와 여동생 아리안나, 야당 정치인 엘리 슈라인의 합성 음란물이 올라왔다.
이 음란물은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 소셜미디어(SNS)나 공개 출처에서 사진을 가져와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하거나 성적인 자세로 합성한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역겹다"며 "모욕과 모독, 침해를 당한 모든 여성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에도 여전히 익명성이나 키보드 뒤에 숨어 여성의 존엄성을 짓밟고, 성차별적이고 저속한 모욕을 퍼붓는 행위를 정상적이고 정당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문제가 된 사이트는 2005년 개설돼 20여년간 운영돼 왔다. 구독자는 약 70만 명에 달했다.
사이트의 이른바 'VIP 섹션'에는 여성 정치인뿐 아니라 배우, 인플루언서 등 저명 인사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고 한다.
공개 행사 장면이나 개인 SNS 계정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사진들이 수영복 차림 해변 사진 등을 포함해 디지털 조작된 뒤 "핫한 정치인들" 같은 제목의 앨범으로 묶여 선정적이고 성차별적인 캡션과 함께 게재됐다.
이탈리아의 정치인 알레산드라 모레티는 이 사이트에 강간을 선동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BBC에 "사진이 조작돼 사용자들에게 퍼진 뒤 외설적인 댓글이 쏟아졌다"며 "이는 제 정서적 안녕을 해쳤을 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안전도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간과 폭력을 선동하는 플랫폼은 폐쇄되고 금지돼야 한다"며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며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사이트는 지난 28일 폐쇄됐다.
운영자 측은 폐쇄 공지에서 "플랫폼의 정신과 본래 목적을 왜곡시킨 것은 일부 이용자들"이라며 "애초엔 안전한 환경에서 콘텐츠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됐다"며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마지막에 "곧 다시 만나자"는 문구로 끝맺었다.
사이트 폐쇄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미아 모글리에(Mia Moglie·내 아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그룹을 둘러싼 공분이 확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BBC는 그동안 '미아 모글리에' 그룹에 대한 민원은 묵살됐으나 유명 작가가 이를 폭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며 "피해 여성들이 직접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결국 메타가 해당 그룹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에는 해당 그룹을 비롯한 유사 플랫폼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의 사이버범죄 전담부서는 BBC에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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