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年 120조 이상 급증
4년 내 GDP 대비 60% 육박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4%대
신용 하락·미래 세대 부담 우려
4년 내 GDP 대비 60% 육박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4%대
신용 하락·미래 세대 부담 우려
정부는 인공지능(AI)·연구개발(R&D) 중심의 '전략적 확장재정'을 내세우지만 재정지표는 악화일로에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년 내 60%에 육박하고, 국채 이자만 연간 4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미래세대 부담 증가를 경고했다.
■심각해지는 적자 구조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025년 -4.2%(2차 추경 기준)에서 2029년 -4.1%까지 5년 내내 -4%대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2026년 -4.0%, 2027년 -4.1%, 2028년 -4.4%, 2029년 -4.1% 등이다. 관리재정수지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정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 빚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채무는 2025년 1273조3000억원(GDP 대비 48.1%)에서 연평균 6.7% 증가해 2029년에는 1788조9000억원(58%)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 영향으로 의무지출이 연평균 6.3%씩 늘어나 복지와 국채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채 이자 비용은 2026년 약 36조원에서 2029년 44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재정 수입은 연평균 4.3% 증가하는 데 그쳐 지출 증가율(5.5%)을 따라잡지 못해 적자 구조가 지속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3% 준칙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국민 선택의 결과이긴 하지만 기재부 차원에서 건전성 고민을 더 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에서 추진되던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을 GDP의 60% 이하,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과 단기적인 정책 수요 때문에 도입이 계속 미뤄졌고, 결국 완전히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주요 선진국들은 GDP 대비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한도를 엄격히 관리한다.
유로존 국가들은 재정적자를 GDP의 3% 이하로, 국가채무는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법제화된 재정준칙을 갖추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성장 투자' vs '미래세대 부담'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AI와 R&D에 집중 투자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세수도 늘어난다는 논리다.
그러나 AI와 R&D는 투자 대비 실질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다. 빚은 당장 현실로 쌓이지만, 성과는 불확실하다. 만약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적자와 채무가 악순환할 위험이 크다.
정부도 이런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AI 대전환' 성공을 전제로 한 게 맞다"면서도 "단기적으로 투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5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리스크가 있지만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낙관적 전망이 빗나갈 경우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명호 홍익대 교수는 "AI가 효율적인 재정투자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투자 성과를 전제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빚을 내는 것과 다름없다.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속적인 재정적자는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단기 정치 목표보다 중장기 재정 기반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재정의 중장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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