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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서안지구 합병 검토...팔레스타인 소멸 위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1 09:59

수정 2025.09.01 10:02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 논의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는 아직 불분명
가자지구 이어 서안지구까지...팔레스타인 건국 위태
서방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인정 움직임에 맞대응
트럼프, 서안지구 합병 용인할 수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현지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최루탄을 주워 다시 던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현지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최루탄을 주워 다시 던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본격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점령에 착수한 이스라엘이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마저 합병할 계획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선수를 치려는 조치로 추정된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유럽, 미국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재한 안보 내각회의에서 서안지구 합병안이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합병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모른다.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 합병 규모에 대한 의견 통일이 있는 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외신들도 합병 논의를 보도하면서 합병의 적용 범위, 시행 가능성, 입법 절차 여부 등이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영국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1948년 일방적으로 건국을 선언하고 기존 아랍계 주민들을 몰아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각각 이집트, 요르단 점령지였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차지하고 정착촌을 건설해 지역 내 유대계 인구를 늘렸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으나 서안지구는 여전히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서안지구에서 일부 자치권을 행사하지만, 제한적인 수준이다.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당시 친(親)이스라엘 성향이었으나 서안지구를 완전히 합병하고 싶다는 이스라엘의 제안을 2차례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가자지구에서 지난 2008년 하마스에게 밀려난 PA는 서안지구까지 상실하면 팔레스타인 건국 자체가 어려워진다.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정부가 서방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서안지구 합병 논의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3년부터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지난 7월부터 가자지구를 점령해 통제할 수 있다고 예고했으며, 지난달에는 가자지구 북부를 점령하는 군사 계획을 승인했다. 프랑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은 지난 7월부터 계속 길어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을 비난하고 9월 유엔 총회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이스라엘 관계자들은 악시오스를 통해 트럼프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추진하는 일부 서방 국가에 화가 났다며,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