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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빚더미 공공기관도 재정 확장, 뼈깎는 자구책부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1 18:52

수정 2025.09.01 19:36

5년 뒤 부채 848조로 불어날 전망
부진·중복·저성과 사업 등 정리를
[fn사설] 빚더미 공공기관도 재정 확장, 뼈깎는 자구책부터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가 향후 5년간 128조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 역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1일 발표한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인 35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올해 720조원에서 2029년 848조원으로 증가한다.

성장과 민생에 공공기관이 앞장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을 마중물로 삼겠다는 정부 기조에 공공기관은 발을 맞출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 부분은 주택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한 투자에 따른 것이다. 한국전력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발전사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매입임대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할 재원의 현실성 여부다. 공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선심성 복지를 줄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탄탄한 경영을 구축한 상태라면 큰 걱정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빚더미에 앉아 있으며서도 고액연봉과 방만경영으로 질타를 받았다.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고 강성 노조의 저항으로 개혁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더 빚을 내 정부 확장재정을 쫓아가야 하니 경영 부담이 우려되는 것이다.

물론 재무구조가 다소 나아진 공기업들도 있긴 하지만 내부개혁의 성과라기보다 유가 하락과 요금 인상 등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은 국제유가 급등기였던 2023년 543%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요금 정상화 노력에 힘입어 500% 미만으로 내려왔다. 정부는 이 연장선에서 5년 뒤 35개 공공기관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올해 202%에서 2029년 190%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5년 뒤 128조원이나 증가하는 848조원의 빚 규모가 결코 작다고 할 순 없다. 뼈를 깎는 자구책으로 공공기관들이 체질을 바꾸고 이를 기반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늘어난 1415조원에 이른다.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는 수치다. 5년 뒤 국가채무는 1788억원까지 불어난다. 가계,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와 공공기관까지 온 나라가 빚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자구 노력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인 개혁 로드맵을 새로 짜야 한다. 사업 수요를 고려해 투자 우선순위를 전면 조정하고 집행 부진·중복·저성과 사업은 정리해야 한다. 지출 구조조정은 분야를 가릴 것 없이 과감하고 신속히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급증하는 정부 재정 의무지출도 마찬가지다.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1.9%에서 2029년 55.8%로 올라간다. 매년 대규모 불용예산이 발생하는 교육교부금 등 수술이 필요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모든 공공분야에서 과감한 체질개선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