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EU 집행위원장 전세기 GPS 방해...러시아 의심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1 22:40

수정 2025.09.01 22:40

【뉴욕=이병철특파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탑승한 전세기가 불가리아 착륙 과정에서 GPS 항법 방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가리아 당국은 이번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으며 EU는 방위 역량 강화와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EU 집행위 아리안나 포데스타 부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CNN에 "불가리아 당국이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위원장이 탄 항공기가 노골적인 GPS 방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비행기는 불가리아 남부 플로브디프 국제공항에 접근하던 중 항법장치 오류를 겪었으며 조종사들은 종이지도를 이용해 착륙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호소하며 동부 회원국 순방에 나섰다.

라트비아와 핀란드, 에스토니아,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잇따라 방문했으며, 2일에는 리투아니아와 루마니아를 찾을 예정이었다. 포데스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러시아와 그 대리 세력의 위협이 일상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유럽의 억지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GPS 교란은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자주 활용하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스칸디나비아와 발트해 국가들은 러시아의 반복적 전파 방해를 꾸준히 경고해왔으며, 독일·폴란드 연구진도 칼리닌그라드와 그림자 선박을 이용한 러시아의 전파 교란 사실을 규명한 바 있다.
EU는 이미 관련 러시아 국영기관과 개인을 제재했다.

사건 직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연설에 나선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푸틴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포식자와 같은 본성을 가진 인물"이라며 "강력한 억지를 통해서만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긴박감을 유지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월26일(현지 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월26일(현지 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