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반성,후회, 은퇴 결심까지 파란만장했던 지난 8개월
동아회원권 오픈서 복귀한 허인회, 4오버파로 컷 탈락
"지금도 힘들지만, 모든 것은 내 잘못"
"컷 탈락했지만, 희망도 봤다"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 못한 만큼 더 열심히 할 것"
허인회 복귀, KPGA 새 활력소 될까
동아회원권 오픈서 복귀한 허인회, 4오버파로 컷 탈락
"지금도 힘들지만, 모든 것은 내 잘못"
"컷 탈락했지만, 희망도 봤다"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 못한 만큼 더 열심히 할 것"
허인회 복귀, KPGA 새 활력소 될까
【경기(광주)= 전상일 기자】한국 남자 골프에서 허인회의 이름은 늘 특별하다. 노란 머리, 공격적인 플레이, 남다른 개성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였지만, 지난 8개월은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이 됐다.
허인회는 올해 초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금지약물 ‘트리마돌’ 복용 혐의로 6개월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통풍 증세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했지만, 지난해부터 경기 기간 중 사용이 금지된 사실을 몰랐던 탓이었다.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책임은 온전히 선수의 몫이었다.
지난 29일(금) 경기 후 만난 허인회는 "당시 아예 집 밖에도 못 나갔다. 은퇴까지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잠도 못 자고, 사람이 망가져갔다” 라며 고개를 떨궜다.
가족조차 “정 네가 힘들면 그만 해라”는 말을 건넬 만큼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허인회는 “아내도, 부모님도 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은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왔을 때 아무도 쉽게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만큼 무너져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한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다.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이 복귀 무대였다. 결과는 2R 합계 4오버파 144타 컷 탈락.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오히려 미소가 번졌다.
“아직 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희망을 봤다. OB는 실수니까 고치면 된다. 빠른 시일 내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8개월 만에 다시 팬들 앞에 선 허인회는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2R 경기 중 OB 두 방에 무너졌지만, 긴 퍼팅이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는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허인회 특유의 세레머니도 무의식중에 튀어나왔다.
그는 여전히 '미니 드라이버'를 들고 있었다.
“원래는 좁은 홀에서 3번 우드 대신 쓰려고 시작했는데, 이젠 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내 덕분에 많이 팔렸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과거처럼 '닥공 골프'를 당장 이어갈 순 없지만, 그만의 색깔은 여전했다.
현재 한국 남자 골프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대회 수는 줄어들고, 스타는 보이지 않는다. 외국 선수들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잘하는 선수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신예들의 약진은 드물었다. 옥태훈의 2승이 유일한 위안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허인회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그는 단순히 경기력으로만 평가되는 선수가 아니다. 노란 머리카락,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샷, 과감한 선택은 팬들에게 ‘한국 남자 골프에도 스타가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2024년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 연장전, 좁은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잡아 300m 넘는 투온에 성공한 장면은 그 해 최고의 샷으로 남아 있다.
허인회의 영향을 받아서 이제는 많은 선수들이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잡는다. 이날 251m 세컨샷 드라이버로 '앨버트로스'를 기록한 조우영도 그런 케이스다. 그런 장면이 팬들에게 한국 남자 골프의 매력을 일깨운다.
허인회는 올해 2승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에게 다시 “멋진 허인회”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못한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후반기 대회에서 두 배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그는 다짐한다.
8개월 전 은퇴의 문턱까지 갔던 허인회는 이제 다시 필드 위에 섰다. 그는 여전히 힘겹다고 말한다. 괜찮은 척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밝게 웃는 표정은 그가 다시 골프와, 팬들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 남자 골프가 허인회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반성했고, 눈물을 흘렸고, 다시 일어서려 한다. 허인회의 부활이 어쩌면 침체된 한국 남자 골프의 새로운 희망일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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