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병철특파원】미국 경제가 표면적으로는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농업·건설·보건의료 분야의 이민자 노동자와 연방 일자리에 의존하던 흑인 노동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팬데믹 이후 흑인 실업률 최고치
1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불법체류자 단속 등 이민 정책으로 미국 노동 시장에서 120만명이 사라졌으며 흑인 실업률은 7.2%까지 상승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흑인 실업률은 7.2%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4.2%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대학 학위를 보유한 흑인 노동자의 실업률은 2월 2.7%에서 7월 5.3%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고졸 백인 노동자의 실업률보다도 1.7%p 높아진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2년 이후 최대 격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구조조정도 흑인 노동자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산하 '정부효율성부'가 올해 들어 연방기관 인력 30만명을 연말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인사·조달 부문에서 흑인 노동자가 대거 해고됐다. 흑인은 전체 연방 공무원의 18.7%를 차지하지만 미국 전체 노동력에서는 13%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높다.
■이민자 노동자 120만명 증발
이민자 감소도 고용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 예비 자료를 퓨리서치센터(Pew)가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120만 명이 사라졌다. 이는 합법·불법 체류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민자는 전체 미국 노동력의 약 20%를 차지하며 농림어업 종사자의 45%, 건설 노동자의 30%, 서비스업 노동자의 24%를 차지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 강화로 농장과 건설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이 현실화됐다. AP는 텍사스 매컬런의 농업 현장에서는 5~6월 수박과 멜론 수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상당량의 농산물이 폐기됐다고 전했다. 봄철 이민자 노동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면서 농장 운영이 중단되는 예도 적지 않았다. 건설 현장 역시 비슷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연방 고용 자료에 따르면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온타리오 지역에서만 건설 일자리 7200개가 사라졌고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도 6200개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취약계층 고용 붕괴'라고 진단한다. 피아 오레니우스 댈러스 연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이민자가 미국 고용 증가의 절반을 책임졌다"며 "국경 유입이 멈춘 지금, 새로운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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