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화산 이씨 종친회장
이훈 화산 이씨 종친회장은 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산 이씨 종친회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화산 이씨 종친회는 오늘날 공고한 한·베 관계의 숨은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역대 공산당 서기장과 국가주석 등 베트남 정계 최고지도자들이 방한 일정 중 가장 첫 일정으로 찾는 상징적인 단체다.
이 회장은 "럼 서기장 외에도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 응우옌 쑤언 푹 주석, 부이 타이 썬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등 베트남 주요 지도자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인사들과의 회담에 앞서 화산 이씨 종친회를 먼저 찾을 정도로 베트남 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화산 이씨에 비자 간소화를 비롯해 이들의 베트남 방문을 장려하고 있다.
화산 이씨의 뿌리는 베트남 최초의 통일 왕조인 리 왕조(1009~1225)의 마지막 왕자 이용상(리 롱 떵)이다. 리 왕조 다음 들어선 쩐 왕조는 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리 왕조 후손을 숙청했는데, 이용상은 이를 피해 고려로 망명했다. 배를 타고 표류하던 이용상이 당도한 곳이 오늘날 황해도 옹진의 화산(花山)으로, 고려는 이들에게 화산 본관의 성을 하사했다.
화산 이씨 종친회에 따르면, 현재 종친회에는 등록된 인원은 약 1800명이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난을 오면서 본관이 잘못 기재되거나, 일제 강점기 당시 중국으로 이주했다가 최근 한국으로 귀화한 조선족 가운데에도 화산 이씨의 후예들이 있어 이들의 원적을 되찾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화산 이씨 뿌리 찾기 외에도 화산 이씨 종친회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과 한·베 가정을 적극 돕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과 사업 확대에도 도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베 수교 이후인 1995년 화산 이씨의 존재가 본격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회장은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였던 응우옌 푸 빈 전 대사가 화산 이씨가 베트남 정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종친회 주요 행사로는 매년 음력 3월 15일 하노이 인근 박닌성 덴도 사원에서 개최되는 '리 태조 탄신일' 축제가 있다. 이 회장은 "리 태조 탄신일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언론과도 접촉하는 등 화산 이씨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고등교육을 받은 베트남인이면 이제는 화산 이씨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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