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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부동산 규제 한계… 시장원리 맞는 해법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2 18:27

수정 2025.09.03 07:57

거래 억제하는 정부정책은
단기적인 효과 낼수있지만
시장의 힘은 거스를수없어
용적률 올린 강남재건축은
가격상승 기대로 투기우려
영구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부동산원은 8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와 비교해 0.00%로 보합세를 보였고, 전세가격은 0.02% 상승했다고 발표하였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03%와 0.08% 상승했지만, 지방은 0.02% 하락했다.

이러한 흐름은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책 발표 직전인 6월 넷째 주에는 전국 매매가격이 0.06% 상승해 큰 차이는 없었지만,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16%와 0.43% 상승했고 지방은 0.03% 하락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만으로 정책 효과가 충분히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6·27 규제는 대출를 어렵게 하여 시장 거래를 위축시킨 매우 강력한 정책이다.

따라서 현재의 가격 변동을 곧바로 시장 상황의 반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최근의 여러 요인이 가격 전망을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111로, 7월의 109에서 상승했다.

이는 6월 120에서 규제 발표 직후 109로 급락했던 지수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여기에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과 정부의 재정 확대가 맞물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고 소비심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말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대출규제, 공급 확대, 세금인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 정책들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합부동산세 등 여러 수요 억제정책이 대표적이다. 반면 1980년대 말 분당·일산 등을 포함한 1기 신도시 건설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의 대출 억제정책 역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잠재적 수요 억제까지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6·27 정책의 효과를 지속시키고 아파트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기존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즉,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가격 안정과 지역균형이라는 두 축에서 접근해야 한다.

먼저 아파트 수요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 가격이 아니라 미래의 가격 전망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주식 투자에서도 주당 1000원이라도 오를 것이 예상되면 가격 변동이 없는 1만원짜리 주식보다 매력적이다. 강남 아파트 역시 높은 가격 때문이 아니라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수요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는 여전히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초과수요 상태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8월 넷째 주에도 송파구(0.20%)를 포함한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0.10% 상승하여 상승 폭은 줄었지만 추세는 여전히 이어졌다. 반면 지방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강남 주택에 대한 수요자는 강남 거주민만이 아니라 자금 여력이 있는 전국의 투자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공급 확대만이 해법은 아니다. 용적률 인상 등으로 강남의 재건축은 고가의 주택공급을 확대하여 이후 가격 상승 기대가 오히려 투자 수요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저렴한 영구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임대주택은 또 다른 투기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

셋째, 지역균형 관점이 필요하다. 최근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은 서울, 특히 강남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주택공급 확대는 전국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흡인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지방 주택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지역 간 격차는 더 심화될 수 있다.

거래 자체를 억제하는 정부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힘을 근본적으로 거스를 수는 없다.


지금은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더라도 시장균형가격에 이르도록 허용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격 변동 기대가 약화되면서 투기 수요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위에서 점차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맞는 정책을 조율해 간다면, 이번 대책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약력 △62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