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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배임죄 완화 논의, 기업 목소리 충실히 반영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2 18:32

수정 2025.09.02 19:51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추진
과도한 처벌기준 및 형량 완화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임죄를 완화하는 법안 검토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배임제 완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배임죄 합리화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배임죄 완화 관련 법안을 검토할 때 재계의 현실적 목소리를 얼마나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냐에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제시한 현행 배임죄의 문제점들은 시대착오적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배임죄 주체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 같은 법이 됐다. 이에 임원은 물론 일반 직원까지 처벌 대상이 되곤 한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는 모호한 기준은 법원의 자의적 판단을 낳을 수 있다.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위험만으로 배임이 성립되는 점은 기업가의 도전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게 현실이다.

배임죄 완화에 대한 요구는 기존 법안이 요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를 악화시키는 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최근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의무 확대는 배임죄 적용 범위를 크게 넓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사진에게 책임을 묻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 책임의 개념도 다소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이런 식으로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들이 늘어나는 반면, 기존의 배임죄가 그대로 존치된다면 회사 경영자는 사법 리스크 장막에 휩싸일 것이다. 고무줄처럼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배임죄는 처벌 수준도 가혹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배임죄에 부과될 수 있는 형량은 너무 심하다.

이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재계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법안에 성실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배임죄 완화 가운데 경총이 제안한 여러 가지 개선방안이 있다. 그중에서 배임죄 주체를 '타인의 재산 보호·관리에 법률상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손해 개념을 '현실적 손해'로 구체화하며,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꼭 반영되어야 한다.

법은 어떤 취지로 다루느냐에 따라 약이 되거나 독이 된다. 반기업 정서에 기댄 채 배임죄를 다룬다면,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기존의 광범위한 배임죄 적용 기준을 방치한 채 이사의 의무만 확대한다면 정상적 경영판단마저 범죄로 몰릴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만 시대에 뒤처진 배임죄 리스크를 걱정한다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배임죄 개선은 단순한 기업 특혜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활력을 되찾는 필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