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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국민연금 눈덩이 적자, 구조개혁 지체할 시간이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2 18:32

수정 2025.09.02 19:52

보사연 2050년 206조 적자 전망
가파른 고령화로 건보 등도 위태
[fn사설]국민연금 눈덩이 적자, 구조개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국민연금이 2050년 206조원 적자를 낼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일 공개한 사회보장 장기재정추계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 총수입은 올해 58조원에서 2050년 116조원으로 늘어나는데, 이 기간 총지출은 50조원에서 322조원으로 급증한다. 206조원 적자규모는 지금까지 나온 국내 기관들의 전망치보다도 큰 수치여서 더욱 경각심이 필요하다. 미뤄둔 연금재정 구조개혁에 다시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구조와 시스템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연금 적자의 근본 이유는 결국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는데 보험금 수령자는 압도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이 다소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 건 다행스럽다. 재앙급 수준의 저출산이 계속되면 지금 추계보다 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저출산 반등 조짐은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 수급구조를 개선할 수준으로 보긴 힘들다.

올해 18년 만에 성사된 연금개혁으로 기금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진 것은 맞다. 보험료율 인상은 무려 1998년 이후 28년 만이었다.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8년간 0.5%p씩 올라 13%로 높아지고 가입자가 받는 소득대체율은 올해 41.5%에서 내년 43%로 올라간다. 보험료율 인상은 미미한 수준이긴 했지만 그 정도 조정으로 기금고갈 시점을 8년 늦췄다. 이번에도 개혁에 실패했으면 기금은 2056년 완전히 고갈될 위기였으나 보험료율 인상으로 그 시점이 2064년으로 미뤄진 것이다.

보사연에 따르면 연금 적자 전환시기도 기존대로였으면 2년 뒤 닥칠 일이었는데 모수개혁으로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은 2030년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적자 전환 이후 해마다 기금 소진이 눈덩이로 불어나 2050년 지출이 수입의 3배 가까이 벌어져 200조원 넘는 적자가 생긴다는 것인데 넋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다고 본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와 국민연금공단은 2050년 적자 규모로 각각 168조원, 195조원을 내다봤다.

이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요양보험, 기초연금 등 사회보험 재정 전체가 위태롭다. 건강보험은 올해 수입이 106조원인데 2050년 251조원으로 늘고, 지출은 105조원에서 296조원으로 증가한다. 올해 흑자 수지가 2050년엔 45조원 적자가 되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역시 지출 규모가 올해 16조원에서 2050년 139조원으로 급증한다. 기초연금 지출은 올해 26조원에서 2050년 66조원으로 불어난다.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제도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연금 적자, 기금고갈에 대한 청년층 분노와 공포도 헤아려야 한다. 기성세대가 누린 혜택을 젊은 세대가 왜 뒷감당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세대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상당수 선진국이 도입한 자동조정장치는 적극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자동조정장치는 경제여건과 인구 추이에 따라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지난번 개혁 논의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으나 제기된 우려사항을 보완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금 감소 시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이다. 기초연금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 연금개혁 문제도 함께 논의하면서 전체 구조개혁의 새 틀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미적댈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