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비급여 진료인데, 최대 20배 격차까지
의료시장 투명성 강화, 의료시장 경쟁 압박
의료계 "단순한 가격비교는 왜곡 가능성 커"
[파이낸셜뉴스] 주요 비급여 진료 항목의 가격이 홈페이지에서 공개되면서 의료시장의 ‘가격 투명성’ 강화가 본격화됐다.
초음파, MRI, 도수치료 등 국민 이용률이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환자가 직접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기관 간 가격 경쟁 압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국 의료기관의 2025년 비급여 진료 항목 가격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건강e음’을 통해 전면 공개했다. 도수치료, 예방접종, 임플란트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항목부터 새롭게 추가된 백내장 관련 검사까지 총 693개 항목이 대상이다.
이번 공개는 의료기관 간 가격 차이를 해소하고 국민의 합리적 의료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심평원 분석에 따르면, 2024~2025년 공통 조사 항목 571개 중 64.3%(367개)는 평균 가격이 인상됐다. 또 48.7%(278개)는 가격 편차가 확대됐다. 즉, 상당수 항목이 동반 인상되면서도 병원 간 가격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셈이다.
가격 격차는 단순한 ‘의료비 문제’가 아니라 지역·기관 규모별 의료 접근성 불균형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국민 이용도가
높은 도수치료는 평균 1.3% 인상됐다. 가격 편차도 컸다. 서울 A의원이 10만원이었지만 경남 B의원은 25만원이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평균 2.1% 올랐다. 울산 C의원은 13만원이었지만 세종 D의원은 18만원이었다. 임플란트의 경우 가격 편차가 확대됐다. 부산 E의원은 120만원을 받았지만 서울 F의원은 250만원에 달했다.
약침술도 저가는 1만원이었지만 고가는 3만원으로 3배 차이가 났다. 특히 샤임프러그 사진촬영(백내장 검사)은 광주 I의원이 10만원, 서울 J의원은 200만원으로 20배 차이가 났다.
소비자가 실제 많이 진료받는 다빈도 항목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분야다. 대표 항목으로는 도수치료, 초음파, MRI, 예방접종, 임플란트 등이 꼽힌다. 이 항목들은 진료기관 수가 많아 경쟁 압력이 크지만, 가격 편차는 여전히 큰 상태다.
신규 공개 항목은 가격 정보 자체가 처음 제공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샤임프러그 사진촬영이 대표적이며, 고령층 환자 증가와 맞물려 사회적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공개가 환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자들은 가격 정보 확인을 통해 의료기관 간 합리적 비교를 할 수 있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정책적으로도 의료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고가 진료를 억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는 단순한 가격 정보는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동일 항목이라도 장비·인력·난이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왜곡된 선택을 유도할 수 있고, 저가 경쟁 심화 시 중소병원의 수익성 악화와 필수 의료 붕괴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가격 공개를 넘어 의료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역·규모별 의료기관 경쟁이 심화되고, 장기적으로는 비급여 항목 축소 및 급여 전환 논의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안과·치과·재활 분야 비급여가 제도 개선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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