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左김정은·右푸틴’ 시진핑… ‘中 리더십’ 띄우며 美에 경고[中 전승절 '反서방' 총집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3 18:41

수정 2025.09.03 20:47

習 "중화민족 부흥 막을 수 없어"
反서방 해외 정상들과 연대 집중
첨단 신무기 공개하며 무력 과시
(출처=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3일 중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아 북한과 러시아 등 26개국 정상들을 열병식에 초청, 미국 등 서방에 맞서는 '신(新)냉전' 구도를 연출했다. 반(反)서방 진영을 끌어모은 시 주석은 지구 전체를 타격하는 첨단 신무기 등을 공개하고 무력을 과시하면서, 인류가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전례 없이 발언 수위를 높였다. 또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과 중국의 리더십을 부각했다.

■"평화냐 전쟁이냐…강권에 굴하지 않아"

시 주석은 이날 수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고 기념연설에 나섰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상정한 듯 "중화민족의 부흥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국내외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국내적으로는 그동안의 성취와 커진 국력에 바탕을 둔 자신감을 과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경고를 날린 것이다.

톈안먼 성루에 오른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강권에 굴하지 않으며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항일전쟁의 승리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정신을 보여준다"면서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인이 "과거 정의와 악,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의 생사가 걸린 투쟁에 직면해 공통의 증오를 품고 저항하며 민족의 생존, 민족의 부흥, 인류의 정의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인류의 운명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경고한다"면서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상생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과거 역할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부각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이 "세계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할 것"이라며 동시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숭고한 대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 각 민족 인민은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영도 아래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사상과 과학적 발전관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기존의 강력한 권위주의 철권 통치체제의 유지 의사를 밝혔다.

■ 66년 만에 모인 북중러, 反서방 연대 과시

이날 톈안먼 성루에는 26개국 정상들이 열병식을 참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참석했다. 톈안먼 광장 주변에는 따로 관람대가 설치되었으며 외국 대표단과 중일전쟁 참전 용사, 해외 화교, 각 업계 초청 인사 등 약 4만명 관중이 열병식을 지켜봤다.

시진핑은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열린 이번 열병식에서 내부 화합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서방과 대치 중인 해외 정상들과 연대에 집중했다.

시진핑은 2015년 열병식에서 자신의 왼쪽에 중국 장쩌민 전 국가주석, 오른쪽에 후진타오를 배치했으나 이번 행사에서는 왼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자리를 줬다. 북중러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 모인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이번이 처음이며 옛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열병식 이후 66년 만이다. 당시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가 톈안먼 성루에 나란히 섰다. 3국 정상들은 이날 열병식이 끝난 다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 리셉션에도 나란히 입장했다.

열병식에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참석했다. 시진핑은 전날 페제시키안과 만나 "중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이란의 권리를 존중하며 이란의 입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라이언 하트 연구원은 2일(현지시간) CNN을 통해 반미적인 북·중·러·이란 정상이 처음으로 모였다고 강조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통 자오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이 세계 지도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이 "미국의 리더십을 부정하고 서방 결속을 약화시키며,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중국을 부상시키려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