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재현된 3국 정상 회동
진영대립 속 실용외교 발휘 관건
진영대립 속 실용외교 발휘 관건
중국 전승절 이벤트를 계기로 중국은 국제질서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대외에 표방했다.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받는 북한과 러시아를 끌어안아 '반서방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지금은 관세 카드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미국에 맞설 대척점으로 서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승절 행사에 앞서 중국, 러시아, 인도 등 26개국이 참가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톈진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이 SCO 회원국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안보연대를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북중러가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연대를 과시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실용외교 노선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우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적 구도가 강화될 경우, 한국의 균형외교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 당사국이다. 그런데 북중러 연대가 강화될수록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동될 우려가 크다.
대북 관계도 적잖은 변화가 몰려올 조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전승절을 통해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양자 회담에만 의존해왔다. 그러나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북한 외교가 다자무대로 확장하면서 대외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안러경중(安露經中)' 전략, 즉 안보는 러시아와,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투트랙 외교를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힘을 쏟았지만 중국과의 관계 회복으로 협상력과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이는 향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때 북한의 발언권과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중러 축이 공고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실용외교 노선은 복합적인 도전을 맞게 될 것이다. 중국, 러시아와 선별적 협력과 견제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진영대립이 심화되는 시기 안보위협에는 단호히 대응하는 이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간 결속력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이처럼 글로벌 민주진영 간 연대가 약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게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다. 이런 국제 지정학적 역학관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혜로운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당장 북중러 간 연대 강화로 이념지형이 고착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참석하기로 한 뉴욕 유엔총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동북아 안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한미일 협력의 제도화 수준을 더욱 높여 북중러 진영에 대응하는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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