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술계 불황이라도 지난해에 비해 관람객 수는 줄어든 것 같지 않다."('프리즈 서울' 관계자)
"'프리즈 서울' 외국 관람객들이 '키아프 서울'도 얼마나 찾아오느냐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것 같다."(한국화랑협회 간부)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프리즈)'과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 서울(키아프)'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VIP 사전관람(프리뷰)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를 겨냥한 프리즈와 국내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가 네 번째 손잡고 동시 개막한 것이다.
올해도 두 아트페어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다.
첫날 개막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자 영화감독인 말리아, 방탄소년단(BTS)의 RM, 블랙핑크 리사, 이효리, 배우 김희선, 고수, 소지섭, '피겨 여왕' 김연아가 참석하는 등 정·재계 인사와 유명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우선 프리즈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명성에 걸맞게 전날 VIP 프리뷰부터 국내외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림을 관람하다 인파에 여러 번 부딪히는 진풍경도 속출했다.
이번 프리즈는 지난해(110여개) 보다 늘어난 국내외 12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스프루스 마거스, 리만 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 해외 유명 갤러리를 비롯해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도 참여했다.
갤러리 현대는 전준호의 신작을,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거장인 하종현, 권현우, 박서보와 함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인 강서경, 이광호, 양혜규의 작품을 소개했다.
가고시안은 데릭 아담스, 무라카미 다카시, 마우리치오, 카텔란, 백남준 등의 아티스트를, 페이스 갤러리는 이우환의 1980년대 주요 회화 작품과 카일리 매닝,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가고시안은 네 개 패널로 구성된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형 작품을 전면에 내걸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볼프강 틸만스 작품을,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의 대형 회화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최근작 'Es ist dunkel, es ist' 등을 내걸고 전사(transfer)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사 기법은 금색 바니시를 캔버스 틀에 고정되지 않은 캔버스에서 검정으로 칠해진 다른 캔버스로 옮겨 최종 이미지를 구현한 방식이다.
이외에 아라리오 갤러리는 '미친년 프로젝트'의 박영숙을 특별 조명하고, 리만머핀은 김윤신, 이불, 서도호, 성능경의 작품을 소개했다.
또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서는 올해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폭넓은 작품들이 전시됐다. 우손갤러리는 1세대 한국 현대미술 여성 작가 이명미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학고재 갤러리는 변월룡, 정창섭, 김환기, 이준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 작가 7인을 중심으로 그룹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미술계 큰손'으로 보이는 외국 관람객들은 부딪히는 인파 속에서도 좋은 작품을 고르려는 의지가 강했다. 프리즈가 제공하는 샴페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작품들을 감상했다. 그들 주위에는 빨간 딱지(솔드 아웃)가 붙은 유명 갤러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프리즈 관계자는 "일부에선 미술계 불황이라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를 깨고 VIP 프리뷰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며 "적어도 지난해 관람객 수보단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반대로, 키아프는 프리즈에 비해 다소 조용한 분위기로 VIP 프리뷰를 시작했다. 프리즈에 비해 관람객은 적었지만, 학고재와 청화랑, 선화랑 등 국내 주요 갤러리 작품들이 '솔드 아웃' 되는 등 해외보단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번 키아프는 지난해(206개) 보다 대폭 줄어든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전체 참여 갤러리의 3분의 1 이상이 해외 갤러리다.
신진 작가 발굴은 여전히 키아프의 강점이다. 이를 위한 '키아프 플러스' 섹션에서는 대만 아르트민 갤러리가 눙수안 청의 연극적 이미지를, PBG가 포브스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된 이희조의 '행복' 작업을, 아줄레주 갤러리가 스페인계 이탈리아 작가 비아니의 회화를 선보였다.
총 165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 섹션에는 김환기, 박서보, 전광영 등 한국 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최근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중견 작가들인 권오상, 우국원, 도윤희의 작품 등이 함께 전시됐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작품을, 리안갤러리는 김택상의 작품을 출품했다. 학고재는 지근욱과 박광수 등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조현화랑은 안지산의 작품을 내놨다.
21개 해외 갤러리들은 글로벌 동시대 미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뉴욕 순다람 타고르 갤러리는 정루를, 알바란 부르다 갤러리는 덴마크 아티스트 그룹 슈퍼플렉스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밖에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조화를 선보이는 갤러리 박영도 본질적인 미(美)의 탐구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최은정을 비롯해 박승순, 김덕기, 김시현, 정재철 등 5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 대표 갤러리 한 간부는 "프리즈 외국 관람객들이 키아프에 많이 유입돼야 키아프도 흥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갤러리를 더 유치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VIP 프리뷰 총 관람객이 9600명으로 전년 대비 30% 늘어났다"며 "프리즈와 별도로 키아프의 강점을 살릴 것"이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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