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정은의 이번 전승절 참가로 북한은 많은 것을 챙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은 방중을 통해서 상징적, 실체적, 전략적 이득을 챙기고자 하는 셈법을 가동시켰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상징적 이득으로 김정은은 이번 방중을 통해서 북한과 자신이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이며 특히 중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이라는 지위를 국제적으로 현시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참가국 정상급 인사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자리에서 김정은은 첫 번째 줄 중앙에서 위치했고, 사진촬영 후 망루로 이동하면서도 김정은은 시진핑, 푸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국제적 지위 제고라는 상징적 치적을 만든 것이라 평가된다. 소위 김정은은 망루정치 구사를 통해 상징적 이익을 제대로 챙긴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은에게 이러한 망루 지위를 부여해 준 것은 바로 핵무장 완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무장으로 인한 다양한 반사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김정은을 대상으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가동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김정은 방중을 통해 북한은 실체적 이득도 챙기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와의 전략거래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북한이 이번에는 중국과 전략거래판을 설계해보려는 셈법을 작동하기 위해 전승절 행사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중 외교거래 가능성이다. 김정은 자신이 시진핑의 최대 잔치에 직접 참가함으로써 10월 10일 노동당 창설 70주년 기념식에 시진핑 참가를 유도하려는 외교거래를 모색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고 암묵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포석도 있어 보인다.
셋째, 국제무대를 상대로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셈법도 작동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위주의 진영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바꾸려는 현상변경정책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이 권위주의 진영의 주도국인 중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현상변경진영의 주요 국가로 등극하려는 전략적 이익을 챙기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삼국의 정상이 이동 대열 앞에서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삼각연대가 실체적 플랫폼으로 가동되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김정은은 이 과정에서 실체화되는 삼각연대를 한반도 지정학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 영향력 확대로 진화시키는 셈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선대의 외교전략과도 차별성이 크다.
이처럼 방중 자체로 북한은 국제정치 차원의 다차원적 이익 확보의 기대효과가 적지 않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번 방중을 통해 이러한 다차원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내부적 목표도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세습정치 본격화다. 김주애를 중국의 최대 행사에 등장시켜 4대 세습을 공식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김주애는 망루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이번 베이징 등장을 통해 북한 내부를 넘어 김주애가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나아가 후계자라는 인식을 국제적으로도 기정사실화되는 전략을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김일성은 중국 덩샤오핑에게 후계자 김정일을 부탁하는 과정을 거쳐 안정적인 2대 세습 체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김정일은 체계적인 후계자 로드맵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김정은은 자신의 딸에게 이러한 안정적인 후계라 로드맵을 만들어주는데 이번 방중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주애를 중국의 최대 행사 자리에 함께하도록 한 것은 김주애를 국제무대에 조기에 등판시킨 것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기 등판은 김정은 자신이 김정일의 사망 당시 후계자로서 체계적인 준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은이 김주애를 김씨일가 4대 세습권력자로 공식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작동시키는 것과 함께 나아가 북한을 김씨일가 영구집권국으로 만드는 반영구적 권력공식 작동의 포석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국제정치와 국내정치 모두 차원에서 묵직한 선물을 기대하고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북한의 국제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상쇄하기 위해서 한국은 확장성이 내재된 외교전략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김씨일가 영구집권 정책을 가동시키는 국내정치 환경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통일 담론의 공간을 어떻게 조성해 나갈지에 대한 정책적 정교화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함의가 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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