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공소청’ 개칭보다 검찰 역할 고민 먼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4 15:09

수정 2025.09.04 15:09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파이낸셜뉴스] 법·제도와 정책은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내는 일이다.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로에 비견될 주요 법제도는 오랫동안의 신중한 숙의를 거쳐, 국민들 대다수의 동의를 받아 변경해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으로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논점들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 굳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실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경찰은 수사를, 검찰은 기소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관련 법률에서 검찰의 기능을 기소를 전담하도록 조정·개정하면 충분한데, 명칭 변경으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행정부에서 전시행정(展示行政)으로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는게 문제라면, 공소청으로의 명칭 변경은 막대한 ’메뉴 비용(Menu Cost)’만 발생시킨 전시입법(展示立法)의 전형이 될 듯하다.

둘째, ‘검찰’이라는 용어는 100여 개의 법률과 200여 개의 대통령령·시행규칙에 규정되어 있다. 이 방대한 법령을 ‘공소청’으로 일괄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어떤 기능은 가칭 ‘공소청’에 남기고, 어떤 기능은 다른 기관으로 넘겨야 하는지 조문마다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고 수백개 조문 개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검찰청’이라는 명칭을 폐지하고 ‘공소청’으로 변경하는 것은 개헌을 선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든다. 우리 헌법 제89조 제16호에는 국무회의의 심의권한에 ‘검찰총장’의 임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명칭을 공소청으로 개정한다면 이 헌법규정부터 ‘공소청장’으로 변경해야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률 개정으로 헌법 개정 사항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국가 소추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라는 지위만을 의미하고, 법률로 공소청장을 두고 그를 헌법상 검찰총장과 동일시하는 것이 헌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이라는 용어는 제헌헌법부터 유지돼 온 것으로 대법원, 헌법재판소처럼 특정 기관을 전제로 한 지위다. 만일 대법원이 상고심을 전담한다고 해서 ‘상고법원’이라고 변경한다면 이를 수용할 법조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대만, 일본 등 한자권의 대다수 국가에서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기관들을 ‘검찰’이라고 부르고 있다, 굳이 ‘공소청’으로 변경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명칭을 바꾸는 것으로 ‘개혁’을 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별로 실익은 없고, 시회적 비용만 낭비하게 될 명칭변경을 주장하는 목적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원칙을 완성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데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공소청’으로의 명칭 변경은 편익은 그다지 크지 않고 모호한 반면, 치러야할 비용은 막대하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개혁을 실행하려면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어 왔던 형사사법의 변화가 과연 국민들의 사법비용을 줄여주고 사건처리를 신속·간이하게 했는지, 정반대로 국민부담만 가중시켰는지를 먼저 면밀히 검토·분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도개혁은 마라톤과 같이 시대상황에 부합하게 단계별로, ‘소리 없이 강하고 세련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마라톤 선수가 42.195Km를 달릴 때 미리 코스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완급조절을 하듯이 개혁의 속도와 방향도 때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이름 바꾸기로 생색 내기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인권옹호, 공익 대표 기관으로서의 ‘검찰 바로세우기’를 위해 바람직하고 실행가능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개선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