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8개월 차이 72세 동갑 두 독재자, 영구 집권 꿈꾼다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4 16:12

수정 2025.09.04 16:26

시진핑·푸틴 '생명 연장' 사담 포착 푸틴 "장기 이식으로 불멸 존재될수도" 시진핑 "요즘 70대면 아직 젊은 것…금세기엔 150세 장수도 가능해" 평론가 "장기 독재 위한 의도적 유출"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우의를 과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기 이식과 불멸 등을 소재로 나눈 대화가 '핫 마이크(hot mic)'로 포착됐다. 핫 마이크란 유명인들이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사담이나 농담을 했다가 이런 발언이 의도치 않게 공개돼 곤욕을 치르는 일을 뜻하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두 독재자가 영구 집권을 꿈꾸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게 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뜻밖의 사담은 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다른 20여개국 정상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기 위해 톈안먼망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망루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어로 "요즘 70대면 아직 젊은 것"이라며 운을 뗐다. 이에 러시아 통역사는 푸틴 대통령에게 "예전에는 사람들이 70세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요즘 70세는 아직 어린이다"라며 뜻을 풀어서 전달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의 통역사는 시 주석에게 중국어로 "생명공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면서 "인간의 장기는 끊임없이 이식될 수 있다. 당신은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어로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에 인간이 150살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답변했다.

CNN 등 외신은 "시 주석이 말을 시작한 순간 화면은 톈안먼 광장을 잡았고, 영상 속 소리도 희미해졌으며, 30여초쯤 후에나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이 열병식을 지켜보기 위해 망루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재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뉴시스
두 정상은 올해 70대를 넘긴 동년배다. 시 주석은 1953년 6월, 푸틴 대통령은 1952년 10월 출생이다. 이들이 장수와 불멸, 인간의 생명 연장에 관한 사담을 주고받는 장면이 중계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다.

대화 유출이 의도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 차이선쿤은 프랑스 RFI 방송 인터뷰에서 "장기 이식과 인류 수명 150세를 언급하는 부분의 음성이 매우 또렷하고 앞뒤 맥락이 분명하다"며 "생방송 중 실수나 우연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두 독재자가 물러날 생각이 없으며 자신들의 통치가 장기간 이어질 것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언론은 러시아 정부와 중국 외교부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별도의 공식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