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35년만에 진정한 승자에 금메달 안겨준 복서 박시헌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4 16:25

수정 2025.09.04 16:25

지난 2023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서 박시헌(왼쪽)씨가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 미들급 금메달을 전달하고 있다.유튜브캡처
지난 2023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서 박시헌(왼쪽)씨가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 미들급 금메달을 전달하고 있다.유튜브캡처

[파이낸셜뉴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결승전에서 불리한 경기를 하고도 승리했던 한국 복서가 당시 패했던 미국 선수에게 35년만에 금메달을 준 사실이 밝혀졌다.

3일(현지시간) 야후스포츠는 박시헌 선수가 지난 2023년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의 로이 존스 주니어의 자택을 방문해 재회를 하면서 당시 자신이 받은 금메달을 전달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존스의 집을 깜짝 방문한 박씨는 아들의 통역을 통해 “내가 금메달을 받았지만 당신에게 주고 싶었다”고 말했으며 존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서울올림픽 마지막날 열린 당시 라이트 미들급 결승에서 박선수는 펀치 적중 회수에서 86 대 32로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기에도 3대2로 승리했다.

당시 박선수에게 유리한 점수를 줬던 우루과이와 우간다, 모로코인 주심들은 6개월 자격 정지, 후에 2명은 영구 박탈됐다.



모로코인 부심 히우아드 라르비는 당시 경기에서 존스가 우세했다고 시인하면서도 주최국인 한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박선수에게 우세한 점수를 줬다고 해명했다.

지난 1996년 공개된 구 동독 비밀 경찰인 스타시의 문서에서 동독이 금메달 경쟁국인 미국을 제치기 위해 부심들에 대한 뇌물 제공 내용이 담겨있었다. 동독은 1개 차이로 금메달 순위에서 미국을 제치고 옛 소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1997년 조사를 한 결과 문제의 주심들이 향응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올림픽 이후 두 선수의 삶은 대조를 이뤘다.

박선수는 석연치 않은 승리에 대한 부담으로로 우울증을 겪었으며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전향을 하지 않고 체육 교사로 활동해왔다.


반면 당시 19세였던 존스는 프로로 전향해 미들급에서 헤비급까지 4개 체급에서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66승 10패의 전적을 기록했으며 지난 2022년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