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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물 쓰면 죄짓는 기분"…강릉, 가뭄 속 생수 확보 발길 이어져

연합뉴스

입력 2025.09.04 17:20

수정 2025.09.04 17:20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일괄 배부 시작…5일부터 전시민에 지급
[현장] "물 쓰면 죄짓는 기분"…강릉, 가뭄 속 생수 확보 발길 이어져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일괄 배부 시작…5일부터 전시민에 지급

'생수 받아가요' (출처=연합뉴스)
'생수 받아가요' (출처=연합뉴스)

(강릉=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수돗물 아끼려고 정수기는 안 쓴 지 오래예요. 오늘 받은 생수로 몇 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악 가뭄'이 장기화하는 4일 강원 강릉 교1동 한 아파트 단지. 생수 묶음이 켜켜이 쌓인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에 입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수도 계량기 75% 잠금 방식의 강력한 제한 급수 조치에 따라 강릉시가 모든 시민에게 생수를 배부하기로 하면서 입주민들은 인당 2L(리터)짜리 생수 6개를 받아 갈 수 있게 됐다.

1천19가구가 살고 있는 해당 아파트는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100가구가 생수를 지급받았다.

앞으로 하루 2L씩 총 6일간 사용하게 될 생수는 시민들의 메마른 일상을 이어주는 생명줄과도 같았다.

주민 홍승표(66)씨는 "요즘에는 물을 쓰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 같이 느껴진다"며 "땀도 덜 흘리려고 아침 운동 시간도 줄이고, 고양이 세수를 하며 최대한 물을 아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여러 차례 가뭄과 관련한 위기 신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한 탓에 오늘처럼 생수까지 배부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시민 불편이 없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생수 지원 명부 작성하는 주민 (출처=연합뉴스)
생수 지원 명부 작성하는 주민 (출처=연합뉴스)

또 다른 주민 정금환(65)씨도 "물이 귀하다는 것을 요즘처럼 매일 느낀 적이 없다"며 "밥할 때도 3번 씻을 걸 2번 씻고 정수기도 요즘에는 아예 쓰질 않고 있다. 화장실 양변기 물탱크에도 무거운 물통을 넣어 절수하고 양치할 때도 무조건 컵에 물을 받아 쓰고 있다"고 했다.

생수 배부 작업에 갑작스레 투입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본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물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가 쏟아지길 간절히 바라며 하늘만 쳐다본다"고 토로했다.

시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이하가 되면 배부하기로 했던 218만개의 생수를 오는 5일부터 본격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배부할 방침이다.

시청에서 일괄 배부하는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과 달리 주택 등 거주자는 각 면·동에서 정해진 장소까지 생수를 받으러 가야 한다.

다만 시는 거동 불편자와 재해 취약자에게는 직접 생수를 배달해 주민 불편을 덜 예정이다.


한편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시민 18만 명에게 공급하는 오봉저수지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저수율이 전날(13.9%)보다 0.5%포인트 떨어진 13.4%를 기록했다.

주민 생수 지원 나선 아파트 관리사무소 (출처=연합뉴스)
주민 생수 지원 나선 아파트 관리사무소 (출처=연합뉴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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