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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원자력협력 새 기반 마련... 양국 합의땐 20% 미만 농축 가능[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착수]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4 18:27

수정 2025.09.04 18:27

한미 원자력협정 변천과정
한미 원자력협정은 단순한 기술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첫 서명 이후, 우리나라는 한국의 원자력산업 발전과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왔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56년 처음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위한 초석이었다. 당시 한국은 원자력 기술 불모지였기에, 이 협정은 미국의 기술과 핵연료를 제공받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 이 협정의 핵심은 한국이 원자력발전소와 연구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협정은 미국의 엄격한 통제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의 독자적인 원자력 활동에는 제약이 따랐다.

1970년대에 들어서 우리나라는 원자력 기술 자립을 모색하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다시 핵연료로 사용하는 기술로, 핵무기 개발의 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어 국제사회의 민감한 이슈였다.

그러나 미국은 핵확산 방지정책을 강화하며 한국의 재처리 시도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로 인해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됐고, 결국 한국은 재처리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이 시기의 갈등은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2015년 협정은 한미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원자력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큰 변화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된 조항이었다. 개정 전에는 한국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려면 매 건별로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개정 후에는 파이로프로세싱과 같은 특정 기술 연구를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을 분리하지 않고 핵폐기물 부피를 줄이는 기술로, 핵확산 위험이 낮아 미국 측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20% 미만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한 사전 동의 절차가 간소화돼 한국의 연구활동이 한층 자유로워졌다.
이는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와 원자력 기술 자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5년 협정은 '단순 동의'가 아닌 '사전 동의'와 '포괄적 동의' 개념을 도입해 한국의 재량권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협정상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미국과의 협의 및 서면 합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