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농축 우라늄 전량 수입
국내 에너지 안보 취약점 지적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도 한계
'핵무장론 경계' 美 설득이 과제
국내 에너지 안보 취약점 지적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도 한계
'핵무장론 경계' 美 설득이 과제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가 핵심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우라늄 원광을 수입해서 농축하는 방식도 고민해볼 수 있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다. 2015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 때문이다.
당시 협정에서 우리나라는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 생산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미국과의 협의와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단 한번도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고위급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해야 하는 구조는 국내 에너지 안보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소형모듈원전(SMR)은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만 사용한다. 이 때문에 협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당시 미국은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재처리 방식 대신 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만 허용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파이로프로세싱은 여전히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38년까지 실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부터 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당장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원전은 지난해 3·4분기를 기준으로 저장률이 82.3%를 넘어섰다. 저장률 75.3%인 한울원전은 2031년에 포화 시점이 도래하며, 90.8%의 저장률을 기록 중인 고리원전도 2032년이 되면 습식저장조 운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성과 새울 원전의 예상 포화 시점은 각각 2042년, 2066년이다. 협정 개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고속증식로를 통한 전력 생산은 물론 사용후핵연료의 부피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핵무기 우려 불식이 관건
미국이 우리나라의 농축우라늄과 재처리 기술 확보에 반대해온 것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과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은 핵무기 개발의 핵심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간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점에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란조차 우라늄 농축을 허용받는 상황에서 남북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우라늄 농축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사용후핵연료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활용하는 재활용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미국 내 일부 특정 그룹(싱크탱크)은 한국을 신뢰하지 않고, 쉽게 생각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30여년간 상황 변화를 고려해 이번에는 다른 결정을 내리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시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국내 일부 정치인들의 핵무장 발언 등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다는 주장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라고 지적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