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든 사람 앞에 쓱 나타나
"어느 약국 가세요" 차량 불러줘
일부 담합해 환자 몰아주기 등
"공동 호객 행위는 위법" 판례
여객운송법 위반 소지도 다분
"어느 약국 가세요" 차량 불러줘
일부 담합해 환자 몰아주기 등
"공동 호객 행위는 위법" 판례
여객운송법 위반 소지도 다분
아산병원 일대가 환자를 상대로 '불법성' 호객 행위를 벌이는 약국 직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약국들은 수십대의 셔틀 차량을 운영해 환자들을 약국으로 실어 나르며 교통 혼잡을 초래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는 이른바 문전약국 밀집지가 형성돼 있다. 한 약국 직원에 따르면 이곳에는 27개 약국이 있고, 각 약국이 3~4여대 차량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치면 총 100여대의 셔틀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셈이다. 무전기 호출을 받은 차량이 병원 인근 도로를 돌다가 1∼2분 만에 환자를 태우는 구조로 운영된다. 셔틀차량은 한눈에 봐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환자들을 병원에서 약국으로 이동시켰다.
아산병원 인근은 걸어서 갈 수 있는 약국이 부족해 고령 환자들에게는 사실상 차량 이용이 필수적이다. 이마저도 병원이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만 운행되는 탓에 환자는 약국을 가려면 한 번 더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약국 셔틀은 이런 공백 속에서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약국들의 환자 유도 방식은 이미 법원에서 위법성이 지적됐다. 대법원은 2022년 일부 약국이 담합해 비지정 환자를 특정 약국으로만 안내한 행위를 '공동 호객행위'로 판시했다. 약사법 제47조 역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약국 셔틀은 여객운송법과 도로교통법의 위반 소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회색지대다. 환자가 약국 직원에게 "원하는 약국이 없다"고 답하면, 무전기를 통해 호출된 차량이 임의의 약국으로 안내하고 있다. 아산병원도 처방전 발행 시 약국을 미리 지정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처음 병원을 찾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에겐 '단골 약국'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환자들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셔틀을 타지만, 특정 약국으로 사실상 배분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었다.
병원 밖 도로와 아파트 단지에서도 교통 혼잡과 주민 불편은 계속됐다. 특히 잠실올림픽공원 아이파크 아파트 주차장에는 셔틀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왔고, 경광봉을 든 약국 직원들이 차량을 유도했다. 한 환자가 중간에 내리려 하자 직원은 "여기서 내리면 안 돼요"라며 억지로 문을 닫았다. 현장에는 아파트 경비원도 있었다. 그는 "재건축 당시 약국 상가가 주차장 이용권을 확보했다"며 "입주민 민원이 잦아 경비원도 차량 유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국 측은 "직원 개인의 일탈일 뿐 조직적인 유인 행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병원과 약국을 잇는 마을버스를 신설해달라는 민원이 있었으나 지침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산병원과 합의 등으로 전용 승차장을 마련해 일부 문제를 해소했지만, 병원 외부까지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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