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캠퍼스 내 예배당과 시인의 시비 앞에서 열린 명예문화박사학위 증정식과 추도식은 여러 장면에서 큰 울림을 주었다. 총장은 식사(式辭)에서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적 힘을 만들어 낸 시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며 "일본 사회가 전후 80년을 되돌아보며 우리 대학의 역사 속에 윤동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교훈을 새기자"고 강조했다. 추모 기도를 맡은 와다 교수는 "우리 대학은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지 못하고 한 학생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울음을 삼켰다. 유족일동이 단상에서 '서시(序詩)'를 함께 낭독하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양국 200명이 넘는 참석자가 한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다.
지난 8월 23일,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이틀간 일본을 방문했다. 광복절이 있는 8월에 한국 정상이 방일한 전례는 없다고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와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미 이루어진 국가 간 합의를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국내에선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한 전향적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례를 깨기 위해서는 합당한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위험과 비난, 저항을 무릅쓸 의지다. 조직이나 사회가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면 그 불편한 과정을 감수하겠다는 각오 없이는 불가능하다. 변화가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불확실성에 따르는 위험을 감내하지 않는 한 더 나은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2024년 12월 12일에 열린 학장단 회의에서 명예학위 수여 안건에 대해 우려했던 반대 의견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전례 없는 안건이라면 한두번 간담회를 거친 뒤 상정했어야 하는데…하지만 대상이 윤동주라는데 누가 트집을 잡을 수 있겠나." 회의가 끝난 뒤 곁에 있던 한 학장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변화를 추구하는 데 뒤따르는 반대나 저항은 때로는 예상과 달리 강하지 않을 수 있다.
■약력 △57세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도시샤대학 상학부 교수 △도시샤대학 상학부 학장 및 대학원장 △도시샤대학 국제센터 소장 △일본상업학회 부회장
최용훈 일본 도시샤대학 상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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