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기업 못 커지게 가로막는 규제가 무려 343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4 18:54

수정 2025.09.04 19:16

경제단체 공동으로 성장포럼 출범
커질수록 늘어나는 규제 철폐 촉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규제를 풀지 않으면 경제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규제가 늘어나는 구조 때문에 민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계단식 규제 철폐를 촉구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강연을 통해 이 같은 경제계 전반의 규제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업성장포럼은 상의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발족한 모임이다.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 방침에 맞춰 재계가 그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재계는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규제 철폐를 내세웠다. 저성장 수렁에 빠진 한국 경제의 출구가 규제개혁에 있다는 것이다. 말로만 기업 주도 성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부터 멈추라고 했다.

작은 기업은 매출을 늘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가 충만해야 하고, 중견기업은 다시 더 큰 성장을 꿈꾸는 선순환이 가능해야 경제에 희망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반대여서 문제다.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이날 발표한 '차등규제 전수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 기업별 차등규제는 343건이나 된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규제가 94개 늘고, 대기업이 되면 329개까지 증가한다.

기업을 키우면 성장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규제폭풍에 휘말리는 환경에서 성장 의지가 생길 리 만무하다. 작은 기업에 머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기업을 쪼개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편법이 횡행한다. 규제 기준이 '매출액 50억 상한'으로 돼 있으면 매출을 그 상한선을 넘지 않고 유지하려 한다.

이러니 중소기업 1만개 중 겨우 4개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은 100개 중 한두개만 대기업으로 올라간다. 지난 25년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11곳에 불과하고, 이 중 제조기업은 셀트리온과 에코프로 단 2곳이었다. 왜 이렇게 적은지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신산업 발굴이 더디고 스타기업이 부족한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의 시가총액 10대 기업을 2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일하고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등 9곳이 새롭게 등장했다. 산업계에 활력과 역동성이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는 HD현대 등 2곳만 새로 진입했을 뿐이다. 그만큼 산업구조가 경직됐다. 규제가 무서워 성장을 피했거나 규제에 걸려 더 성장하지 못했다.

'자산 2조원' 규제 허들의 폐해도 심각하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갈수록 심해 기업들이 자산을 2조원 밑으로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최근 개정된 '더 센 상법'의 대상에도 포함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없다.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전체의 45%다. 2조원 기준은 고도성장기에 소수 대기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경제 규모가 다르다. 현실에 맞게 기준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


성장이 두렵지 않은 기업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성장의 대가는 규제가 아니라 보상이어야 한다. 첨단산업에 대해선 과감히 규제 예외를 허용하고 과도한 경제형벌 조항도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고, 경제 전체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