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반도체·車 호조에 경상수지 흑자지만… "8월부터 관세 영향"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4 18:59

수정 2025.09.04 21:32

7월 경상수지 108억弗
27개월 연속 흑자 행진
상품수지 102억弗 흑자
"내년 수출 둔화 본격화"
반도체·車 호조에 경상수지 흑자지만… "8월부터 관세 영향"
올해 7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108억달러에 육박하면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이 반도체·승용차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다만 미국의 관세 영향에 내년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예측이 대두되고 있어 향후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승용차 수출 호조

4일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경상수지가 107억8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돼 2년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대 들어 2012년 5월~2019년 3월(83개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으로 7월 기준 역대 최대 흑자 폭이다.



올해 7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1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92억1000만달러)보다 약 22%(109억4000만달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5~7월 석 달 연속으로 흑자 규모가 100억달러를 상회했다"며 "올해 들어 이전보다 큰 흑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7월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수지가 견인했다. 7월 상품수지는 102억7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전월(131억6000만달러)보다는 흑자 폭이 줄었으나 2018년 7월(106억9000만달러), 2016년 7월(104억9000만달러) 이후 역대 7월 기준 세 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수출은 597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3% 증가하며 두 달 연속 늘었다. 반도체, 승용차 등이 늘었지만 전월(603억7000만달러) 대비로는 1.0% 감소했다. 수입(495억1000만달러)의 경우 전년 동월보다 0.9% 줄었지만 올해 6월보다는 4.9% 늘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에너지 가격이 낮아졌으나 전월보다 에너지류 수입 물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서비스수지(-21억4000만달러)는 27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9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여행수지가 서비스수지 적자를 견인했다. 다만 여름철 성수기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여행 증가로 적자폭이 전월(-10억1000만달러)보다 줄었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가 여행수지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지식재산권(IP)이 넷플릭스 본사에 있어서 관련 효과는 크지 않지만 굿즈 판매, 여행 수요, 식품 수출 등으로 다양하게 파급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세 먹구름 드리우나

이 같은 경상수지 흑자흐름에도 불구하고 8월부터는 미국 관세의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 부장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관세가 인상된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8월부터 실질적으로 상호관세가 부과되면서 그 영향이 조금씩 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보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더 큰 타격이 갈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 8곳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올해 평균 5.1%에서 내년 4.4%로 0.7%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B들은 이 비율이 지난해 5.1%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부터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전망치가 지난 7월 말 평균 4.8%에서 지난달 말 5.1%로 크게 상향 조정된 가운데 내년 전망치는 평균 4.4%로 유지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성장률 전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비율 격차가 확대되면서 그만큼 '수출 절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 2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전망치를 기존 720억달러에서 850억달러로 130억달러 높이는 데 그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당초보다 280억달러 높인 1100억달러로 예측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 둔화를 가정한 전망치로 해석된다. 한은은 내년 세계 교역이 2.4% 증가하겠으나, 우리나라 재화 수출이 고관세에 직격탄에 0.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재민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당시 기자설명회에서 "올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가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며 "관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확대돼 무역 경로를 통한 마이너스 성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