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병철특파원】 이탈리아 패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아르마니 그룹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르마니는 가족과 직원들의 존경 속에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그의 비전과 열정, 헌신은 우리 모두의 심장 속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34년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태어난 아르마니는 의학을 공부하다 우연히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밀라노 백화점 라 리나센테에서 디스플레이 일을 시작한 그는 이후 디자이너 니노 체루티의 눈에 들어 정장을 디자인했고, 전통적인 안감을 제거한 ‘비구조적 재킷’으로 남성복 혁신을 이끌었다. 1975년 건축가이자 동반자였던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창립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리처드 기어가 입은 아르마니 수트는 브랜드를 미국에 각인시켰다. 이후 그는 할리우드 레드카펫의 상징이 됐으며 소피아 로렌, 숀 코너리, 티나 터너 등 당대 스타들이 그의 작품을 즐겨 입었다. 1985년 갈레오티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아르마니가 단독 경영을 이어갔고, ‘엠포리오 아르마니’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등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그는 스포츠와도 인연이 깊었다. 2008년 이탈리아 농구팀 올림피아 밀라노를 인수했으며, EA7 라인을 통해 올림픽 이탈리아 국가대표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또한 2010년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에 아르마니 호텔을 열며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나는 남성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여성의 이미지를 강인하게 만들었다”는 그의 철학은 여성 팬츠수트와 남성 수트의 상징으로 남았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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