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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노동안전 종합대책,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5 15:34

수정 2025.09.05 15:34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노동안전 관계 장관 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각종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이재명 대통령도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을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 마련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대책이 과도한 처벌 위주로 만들어질까 우려스럽다.

행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름길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공무원들에게 문제 있는 사업장을 들쑤시게 만드는 것이다. 성과주의 방식으로 건수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김 장관은 이런 방식을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방식은 처벌 위주의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안전을 계도하고 사전예방을 강조해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단기에 보여주기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처벌을 내세우면 된다.

그런데 기존 처벌 중심 정책들이 한계를 보였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간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통해 사업주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이렇게 강도 높은 법안 시행에도 사망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즉각적으로 안전의 효과를 얻으려는 생각에 처벌과 감독에 치중한 정책을 동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처벌은 사고 발생 이후의 사후 조치에 불과할 뿐이다. 근본적인 안전문화 정착과 예방체계 구축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과도한 처벌 위주로 접근해온 것이다. 나아가 처벌 위주의 접근은 기업의 경영활동마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경총이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경총이 주장하는 안전 제도의 핵심은 형벌을 낮추는 것과 자율 예방 관리 체계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건의는 재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안을 살펴보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니다. 우선, '산업재해 예방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하자는 건 민간의 자발적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안전 관리는 누가 시켜서 정착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 안전기술 활성화라는 아이디어가 이목을 끈다. 기술혁신과 현장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이다. 이런 사전예방 방식은 이미 해외에서 시행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정부 발주 공사가 공사금액 500만 싱가포르달러(50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에 영상감시시스템(VSS) 설치를 의무화했다. AI 영상분석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첨단 IT기술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체계적인 건설안전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대재해 근절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처벌 위주의 법으로 강압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사전 예방과 자율 관리 및 기술 혁신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더 근본적인 접근이다.
정부는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업계 의견과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예방 위주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