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올해 IFA에 700여 곳 참석, 유럽 시장 공략
하이센스, TCL 등 고급화 전략…스포츠 마케팅도
中 기업 부스서 휴머노이드 로봇도 여럿 포착돼
유럽 강호 가전 기업들도 AI 등 앞세워 참가
하이센스, TCL 등 고급화 전략…스포츠 마케팅도
中 기업 부스서 휴머노이드 로봇도 여럿 포착돼
유럽 강호 가전 기업들도 AI 등 앞세워 참가
【베를린(독일)=임수빈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주요 기업 부스에는'인공지능(AI)', '에너지 효율'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내걸렸다. 중국 하이얼은 'AI로 구동되는 가전(Powered by AI)'를 표어로 내걸고 AI 냉장고·세탁기를 전면 배치했고, 하이센스는 좁은 유럽 가옥 구조에 맞게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빌트인 가전' 콘셉트를 강조했다. 이에 맞서 유럽 전통 강호들도 적극 대응했다. 밀레는 AI가 적용된 새로운 인덕션 제품군을 현장에서 선보여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국보다 규제 장벽이 낮고 에너지 위기 이후 절전 수요가 폭발한 유럽 시장이 글로벌 가전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 중국, 저가 브랜드 이미지 탈피…'유럽 공략' 속도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IFA 참가사 1800여 곳 중 약 700곳이 중국 기업으로, 전시장 3곳 중 1곳을 차지할 만큼 ‘중국 기업 대전’이 펼쳐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유럽에서 신제품을 먼저 공개해 반응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관세와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보다 유럽에서 인증을 받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가전사들은 이번 IFA에서 일제히 프리미엄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TV 시장에서는 적·녹·청(RGB)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OLED 등 기술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RGB LED 칩 크기를 10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인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한 가운데, TCL은 약 2억6000만원 대 163인치 RGB 마이크로 LED를 전시하며 관련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하이센스도 RGB 미니 LED를 선보이고, FIFA 월드컵 공식 파트너십을 전면에 띄워 '스포츠 관람에 최적화된 화질'을 거듭 강조했다.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기 위한 여러 마케팅도 이어졌다. 하이얼은 레알마드리드 출신 전 프랑스 축구대표인 클로드 마켈렐레를 부스로 초청해 많은 인파가 모였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유럽 고객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하이센스와 모바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세워 관람객과 소통하며 '첨단 기술 기업' 이미지를 표방하기도 했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AI와 에너지 효율이 전면에 드러났다. 하이얼은 전력 소모를 줄인 절전형 세탁기와 식재료 보관 기한을 관리하는 AI 냉장고는 물론,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 '혼(hOn)'을 앞세워 냉장고·세탁기·오븐 등 산하 브랜드 제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AI 홈 생태계를 표방했다. 하이센스는 에너지 효율을 강화한 세탁기와 퍼펙트 키친핏 냉장고 제품을 배치해 빌트인 가전을 강조했다.
로봇청소기 시장도 사실상 중국의 독무대였다. 로보락·드리미·에코백스·모바 등은 대거 신제품을 선보였다. 로보락은 2만5000Pa 흡입력과 7.98㎝ 초슬림 디자인의 '큐레보 커브 2 프로'와 프리미엄 로봇 잔디 깎이 3종, 에코백스는 세계 최초 파워부스트 기술을 탑재한 '디봇 X11', 모바는 최대 25㎝ 높이의 계단을 오르는 '제우스60' 작동을 시연해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AI 도입으로 응수…유럽 시작
밀레·보쉬 등 유럽 전통 강호들도 AI를 앞세워 대응에 나섰다. 밀레는 새로운 인덕션 제품군 'KM8000 시리즈' 등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KM 8000 시리즈는 조리 용기의 온도를 센서로 정밀하게 측정해 음식이 타거나 넘칠 위험을 방지하고, 앱을 통해 단계별 조리 가이드를 제공하는 '쿡어시스트' 기능까지 지원해 보다 완성도 높은 요리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에너지 히어로즈'를 통해 최고 효율 등급인 A등급보다 40% 더 효율적인 세탁기와 성능을 10% 높인 식기세척기를 선보였다. 보쉬도 자체 AI를 활용해 집안일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파워 하우스'를 메인에 세웠다.
이같은 유럽 가전 시장 내 경쟁은 올해 IFA를 기점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유럽 시장을 정조준한 신제품을 IFA 무대에 올리며 이 흐름에 가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글로벌 가전사들에게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전략적 격전지"라며 "AI·효율·빌트인을 앞세운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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