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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 교직원이 '시각장애 영유아 번역서' 발간한 사연은?

뉴스1

입력 2025.09.06 09:00

수정 2025.09.06 09:00

2년여의 노력 끝에 일본의 장애 전문서적을 번역·출간한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김형진 행정실장.(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년여의 노력 끝에 일본의 장애 전문서적을 번역·출간한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김형진 행정실장.(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경산=뉴스1) 공정식 기자 = 대학 교직원이 재능 기부로 450쪽 분량의 시각장애 영유아 번역서를 발간했다.

5일 대구대에 따르면 이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김형진 행정실장(55)이 2년여의 노력 끝에 최근 일본의 장애 전문 서적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를 번역·출간했다.

이 책은 시각장애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와 돌봄 제공자를 위한 지침을 담은 실용 안내서다.

김 실장은 1970년대 일본 도쿄도 심신장애인복지센터에서 10년간 시각장애 영유아를 관찰하고 지도한 기록을 토대로 1980년 발간된 '육아수첩'의 2023년 개정판을 정리했다.

김 실장이 이 책을 번역한 계기는 대구에서 '즐거운 우리 집'이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던 오카다 세츠코 씨와의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오카다 씨는 도쿄도립심신장애인복지센터 상담사와 대학교수로 일한 뒤 80대 나이에 우리나라로 건너와 2013년부터 가정폭력 피해 아동을 돌보는 시설을 운영했다. 김 실장은 당시 자원봉사를 통해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간 오카다 씨는 옛 동료들과 함께 '육아수첩'을 현대 사회에 맞게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2023년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가족과 돌보는 이를 위하여'란 개정판을 출간했다.

이 책이 나오자 오카다 씨는 김 실장에게 연락해 한국어판 출간을 제안했다. 김 실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고, 결국 그가 직접 번역에 나섰다.

이후 김 실장 지인이 운영하는 독립출판사 '빈서재'가 이 책 출판을 맡으면서 한국어판 출간이 현실이 됐다. 일본 출판사도 저자들 동의를 구해 인세 없이 출판 권한을 제공했다고 한다.


1997년 대구대에 입사한 김 실장은 일본어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2004년 대학 교직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어를 공부했다. 그의 2년여 긴 여정 끝에 지난 6월 말 번역이 완료됐고, 이달 1일 한국어판이 세상에 나왔다.


김 실장은 "이 책은 전문적인 이론서를 넘어 시각장애를 지닌 영유아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참고서로서 더 큰 가치를 지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