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서방 안전보장군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정당한 타격 목표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온 종전 구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5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둔군 배치 문제를 나토 확대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하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군은 전날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던 덴마크난민위원회 소속 우크라이나인들을 미사일로 공격해 2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일으켰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의지의 연합’ 참여국들이 논의해온 평화 유지 구상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일 26개국 정상이 모인 회의에서 휴전 이튿날 안전보장군을 파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안전보장을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군 직접 투입에는 소극적이지만 나토식 집단방위와 유사한 구조에는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회담 장소로 모스크바를 언급하는 등 사실상 협상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스트리아, 바티칸, 스위스, 튀르키예, 걸프 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과도한 요구”라며 일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푸틴의 발언이 알래스카 양자 회담 이후 정체돼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새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발언이 참여를 망설이는 국가를 겨냥했을 가능성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했던 여러 협상 시한도 이미 모두 만료됐다. 지난달 22일 ‘2주 안에 진전 없으면 중요한 결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데드라인까지 성과는 없었고 러시아의 공습은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이 트럼프를 갖고 놀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 러시아가 중국에 기울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크렘린궁은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현재 분위기상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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