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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전 주력 사업 수익성 악화 등 악재
사내 AI 모델 도입은 하이브리드 AI 전략
사내 AI 모델 도입은 하이브리드 AI 전략
【베를린(독일)=임수빈 기자】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이 첫 외부 공식 메시지로 '인공지능(AI) 전환'을 내세운 건 단순한 기술 청사진의 발표가 아니다. TV·가전 등 주력 사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 관세 등 대내외적 악재에 흔들리는 가운데, AI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차세대 먹거리인 AI 홈·AI 디바이스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의 지난 2·4분기 매출은 43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4분기에는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와 TV 시장의 경쟁 심화로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1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조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부문장은 이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크게 실망하기보다는 지금부터 탄탄하게 다져가는 시기로 보고 있고, 3·4분기, 4·4분기에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위기 해법으로 AI를 택한 건 임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더 나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AI 홈·AI 디바이스 같은 신성장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AI 도입에 있어서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제품과 사내 업무 양쪽에 모두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용 디바이스에는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 AI를 병행해 상황별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고, 사내 생성형 AI에는 자체 모델 '가우스'와 외부 오픈소스 AI를 동시에 활용해 보안과 생산성을 함께 잡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은 범용 AI 모델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제품과 업무 전반에 최적화된 AI 활용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 노 부문장은 "(AI 등) 기술 혁신, 품질, 경험 고도화에 가장 중요성을 두고 그 부분에 지원하고 투자할 것"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고집적화를 이뤄 비용을 줄이고, 원가절감을 통해 기술 대중화와 경험 확대까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은 IFA가 열린 유럽 시장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소비자 특성상 새로운 기술 수용은 보수적이지만, 에너지 절감·보안 같은 실질적 가치에는 누구보다 민감하기 때문이다. 김철기 생활가전(DA)사업부장은 "AI가 AI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유럽 소비자와 글로벌 소비자 모두 에너지 절약과 케어를 중시하는 만큼, AI 기술이 이 부분에서 실제 효용을 입증한다면 (AI 가전) 확산 속도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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