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롯데가 던진 승부수는 지금까지 ‘실패’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그냥 실패도 아니다. 대실패에 가깝다.
터커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빈스 벨라스케즈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단순히 이닝을 메워주는 안정감이 아니라, 가을야구에서 승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 힘 있는 투수를 원했다.
데이비슨은 22경기에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이닝 소화가 길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연패를 끊어주며 ‘스토퍼’ 역할을 했다. 7월 6일 KIA전, 8월 6일 KIA전 마지막 등판이 대표적이다. 거기에 인성도 좋았다. 김태형 감독과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자신을 내친 팀을 떠나가면서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두 경기 모두 팀 분위기를 살려내며 롯데를 지탱했다. 그가 떠난 직후 팀은 12연패에 빠졌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극적이다. 팬들이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말을 꺼내는 이유다.
벨라스케즈는 메이저리그에서 191경기, 통산 38승. 프로필은 화려했다. 포심은 시속 153km까지 찍히며 구위 자체는 살아있다. 그러나 한국 무대에서는 변화구 제구가 무너졌다. 슬라이더는 손에서 빠지고, 체인지업은 힘없이 몰린다. 결국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고, 결정구를 던지지 못하며 무너진다.
5경기 성적은 1승4패 평균자책점 8.87. 단 한 번도 퀄리티 스타트를 하지 못했다. 경기마다 볼넷은 늘어나고, 집중력은 흐트러졌다. 특히 9월 5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 5실점, 볼넷 5개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 한 이닝 2보크라는 촌극을 남기며 조롱거리까지 됐다. 팬들이 “이러려고 10승 투수를 내쳤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롯데의 추락을 무조건 벨라스케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12연패 과정에서는 타선 침묵, 불펜 난조, 윤나고황(윤동희·나균안·고승민·황성빈)의 부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교체가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데이비슨은 이미 10승으로 검증된 투수였고, 압도적이지 않을 뿐 최소한 ‘계산이 되는 카드’였기 때문이다.
시즌 중 외국인 투수를 10승에도 불구하고 방출한 것은 KBO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약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실패한다면, 벨라스케즈와의 만남은 ‘역사상 최악의 선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롯데는 2위를 바라보고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지금은 6위로 추락했다. 경기가 있으면 순위가 떨어지고, 없으면 오르는 기묘한 상황 속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다면 팬 심은 더 깊은 회한을 남길 것이다.
이제 벨라스케즈에게 주어진 기회는 이제 많아야 대략 4번 정도다. 이제는 교체할 수도 없다. 믿어야 한다.
과연, 벨라스케즈가 해피엔딩을 써내려 갈 수 있을까. 아니면 롯데 구단사에 씁쓸한 흑역사로 새겨질까. 지금까지의 흐름만 본다면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그리고 이것이 더 아프다. 계산된 승부수였기에.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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