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출장 연기 봇물, 조기 귀국하거나 호텔 대기"…美 출장 '비상'

뉴스1

입력 2025.09.07 16:58

수정 2025.09.07 16:58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 출장을 연기하거나 이미 출장을 나가 있는 직원들의 조기 귀국 조처에 나섰다. 아직 업무가 남아 있는 출장 직원에게는 호텔에 머물며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컴퍼니)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이 벌어지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비상 대응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A 기업은 최근 "출장 목적과 비자 종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출장 일정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가능한 경우는 그대로 진행하지만, B1 비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 달가량 발급 기간이 소요되더라도 연기 후 비자를 받아 출국하도록 했다.



B 기업은 전 세계 법인에서 미국 출장 인원 현황을 다시 점검 중이다. 이 기업은 지난 5월 ESTA 출장을 최대 2주 이내로 제한하는 내부 지침을 공지한 바 있다. 이후 별도의 추가 지침은 없지만, 미국에서 한국인 직원 다수가 비자 문제로 구금된 만큼 내부적으로 비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이번 단속으로 직원 다수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 미팅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출장자는 업무 성격에 따라 즉시 귀국하도록 했다. 현지에서 추가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숙소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단속된 직원은 없지만, 비자 리스크가 높아진 만큼 미국 출장자를 대상으로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 아니면 차주 출장을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번 단속으로 협력사 직원 다수가 구금된 만큼 협력사 고용 관행 점검에 착수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단속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배터리·자동차·반도체 업종은 미국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단기 출장 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자 규정 강화나 단속 기조가 이어진다면 기업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공장 건설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주요 기업이 미국 현지 출장을 보류하는 만큼 항공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 노선 탑승률이 워낙 높아 출장 취소로 인한 항공 이용률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기업 취소분이 발생해도 일반 수요가 워낙 많아 바로 채워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단속이 이뤄진 HL-GA 배터리컴퍼니는 2023년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지분 50%씩 총 43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한 현지 합작 법인이다.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이민당국의 HL-GA 배터리컴퍼니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임직원 총 47명이 구금됐다.
이 중 46명이 한국인이고, 1명은 인도네시아 국적이다. 여기에 HL-GA 배터리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 250여명도 구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사 직원 다수는 한국인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규모와 국적은 여전히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