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창업 초기 아이디어 검증부터 함께… 프리시드 유치 돕는다[C리즈]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7 18:57

수정 2025.09.07 18:57

벙커샷컴퍼니 민복기 대표
98%가 초기 투자 못받고 실패
사업 구체화부터 시장 검증까지
기업 투자 유치 전과정 밀착지원
별도 비용대신 성공땐 지분 받아
"창업기업 가장 먼저 찾는곳 될것"
벙커샷컴퍼니 제공
벙커샷컴퍼니 제공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프리 시드(Pre-Seed)' 단계는 여전히 미개척지에 가깝다. 아이디어가 막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이 크고 검증할 데이터는 부족하다.

7일 민복기 벙커샷컴퍼니 대표(사진)는 "Pre-Seed 단계에서 창업가들이 자금과 실행력 부족으로 무너지는 것은 일상다반사"라며 "회사는 98%가 실패하는 스타트업들의 첫 번째 벙커에 직접 뛰어들어 함께 탈출을 돕는 독특한 인큐베이터 모델인 '벙커샷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2023년 5월, 마케팅 대행사 경험과 투자심사역 시절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벙커샷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자금 조달과 초기 시장 안착, 특히 마케팅 문제였다"며 "지금까지 40여개 팀을 지원하면서 30억원 이상의 자금 조달을 성사시킨 경험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 대부분은 'Seed' 단계 이후 기업에 투자한다. 이미 최소한의 성과나 지표가 있어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 대표는 "진짜 중요한 건 그 이전 단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Pre-Seed는 단순한 마중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돈을 받아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결국 무너진다.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첫 세 명의 고객을 만나 실패하는 법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을 거친 기업은 후속 투자자들이 먼저 찾아오게 되는 기업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벙커샷컴퍼니는 'BUILD, LAUNCH, PROVE'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창업팀을 밀착 지원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영양제 관리 앱 '판픽'은 초기 아이디어 구체화부터 시장 검증, 다운로드 1만건 확보, 4억원 자금 조달까지 벙커샷의 손길을 거쳤다.

벙커샷파트너스의 특징은 참여 기업에서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성공 시 지분 3%를 받는 구조를 도입했다. 민 대표는 "진정한 파트너십은 갑을 관계가 아니라 동행에 있다"며 "같이 성공해야 보상을 받는 구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창업팀에게는 직언을 할 자유도, 실패 시 깔끔히 정리할 수 있는 유연함도 생긴다.

설립 1년여 만에 벙커샷파트너스는 이미 두 곳 이상의 포트폴리오 기업이 수십억 원 규모의 Seed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더불어 대학, 공공기관, 대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서울대 캠퍼스타운 프로그램 운영, 지방자치단체 창업 지원 사업 등 기관 파트너십은 벙커샷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 핵심 사업을 추진하는 재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서울·경기권은 AC들이 몰려 있지만, 지방은 여전히 창업 지원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광주 등 여러 지역 기관과의 협력에서 많은 기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는 "5년 뒤, 한국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이 벙커샷파트너스가 됐으면 한다"며 "글로벌 확장도 사업 로드맵상에 있지만, 우선 국내에서 사업 모델을 완성하고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