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일본 좋아요" 호감도 쑥… 1020세대 사로잡은 '귀칼·산리오'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7 19:00

수정 2025.09.07 18:59

유통가 일본IP 협업 열풍
'귀칼' 흥행에 극장 굿즈 완판
올영 산리오 팝업 3만명 몰려
20대 중심 일본 호감도 상승세
유통 업계 새 수익 모델로 부상
오는 18일까지 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수원에서 운영되는 '2025 K리그 X 산리오캐릭터즈' 팝업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오는 18일까지 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수원에서 운영되는 '2025 K리그 X 산리오캐릭터즈' 팝업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일본 좋아요" 호감도 쑥… 1020세대 사로잡은 '귀칼·산리오'

최근 '잘파세대'로 불리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 캐릭터·애니메이션 등 지식재산권(IP)과의 협업이 유통가를 강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저발 일본 여행 증가, 젊은 세대의 문화 개방성이 맞물리며 '정치·역사와 소비를 구분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젊은층 우호 여론에 '日 팝업' 흥행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10일 만에 관객 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간 흥행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백화점은 개봉에 앞서 연계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지난달 16~31일 약 2주간 진행한 이 팝업에는 약 4만~5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인기 IP 팝업스토어는 팬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며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극장가에서도 IP굿즈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잡았다. 이번 개봉에 맞춰 각 극장가에서 론칭한 '귀멸의 칼날' 관련 굿즈는 개봉 당일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면서 메가박스 등은 추가 판매를 예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가 우호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추세와 맞물린다. 한국갤럽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38%로, 직전 조사(3년 전)보다 17%p 상승했다. 이는 동일본대지진 직후 조사된 역대 최고치(41%)와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45%를 차지했다.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우호적 여론이 뚜렷했다. 갤럽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77%가 '일본인에게 호감이 간다'고 답해 세대별로 가장 높았다.

■'귀칼·산리오', 유통가 협업 후끈

유통업계는 일본 IP를 활용한 집객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여름 올리브영은 '산리오'와 손잡고 매장 전체를 태닝한 헬로키티 캐릭터로 꾸미고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등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산리오 캐릭터즈 태닝 에디션은 32개 브랜드에서 200여종이 출시됐고, 협업 기간(7월) 동안 10대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트렌드팟 바이 올리브영홍대'에서 3주 간 진행한 산리오 팝업스토어에는 3만3000명이 방문하며 역대 최다 방문객을 기록했다.

IFC몰도 지난 7월부터 산리오 미디어아트 전시 '호텔 플로리아'를 진행 중이다. 오픈 첫 달(7월 11~31일) 누적 방문객은 약 2만5600명으로, 주말에는 하루 평균 1700~1800명이 찾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서울 잠실점에서 약 25만명이 방문한 'K리그X산리오캐릭터즈' 팝업을 올해 경기 타임빌라스 수원점에서 다시 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마니아층이 탄탄한 IP 기반 팝업은 뜨거운 현장 반응뿐 아니라 온라인 콘텐츠 공유도 활발하게 일어나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평소 IP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는 20대 대학생 이모씨는 "우리 세대는 일본 여행 등을 통해 손쉽게 일본 문화를 접하면서 기성세대에 비해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해진 것 같다"며 "국산 IP산업이 최근의 '케이팝 데몬 헌터즈'를 제외하면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1020세대는 윤리적 소비의 측면보다는 상품 그 자체가 주는 효용을 중시한다"며 "역사적 맥락과 소비를 분리해 단순히 '귀여우니까, 재밌으니까'가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