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시달리는 러시아 기업들, 8년 만에 中에서 회사채 발행 준비
최근 러시아-중국 밀착에 中 자본 시장 노려
중국-인도 투자자들, 러시아 회사채에 주목
美, '판다본드' 발행한 中 은행 제재할 수도
최근 러시아-중국 밀착에 中 자본 시장 노려
중국-인도 투자자들, 러시아 회사채에 주목
美, '판다본드' 발행한 中 은행 제재할 수도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해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러시아 기업들이 최근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진 중국에서 돈을 빌릴 예정이다. 러시아 기업들이 중국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면, 미국이 관련 중국 기업들을 ‘2차 제재’할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서방 제재 직면한 러시아 기업, 中에서 돈 빌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이 지난달 중국 광저우에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 대표들과 만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 기업들의 ‘판다본드’ 발행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판다본드는 국제기관이나 외국기업이 중국 본토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위안 표시 채권을 의미한다.
러시아 기업들은 이번 발행이 성공하면 2017년 이후 약 8년 만에 중국 본토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은 지난 2017년에 15억위안(약 2926억원) 규모의 판다본드를 발행하며 중국 자금을 조달했다.
앞서 러시아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기업들이 강력한 금융제재를 실시하자 해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은행들 역시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 3국까지 제재하는 2차 제재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러시아와 거래를 피했다.
그 사이 러시아에서는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의 위안이 중요한 외화로 주목받았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과 루살 등 일부 기업들은 2022년에 위안 채권을 러시아 내부에서 팔아 자금 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FT는 중국 금융권에서 최근 러시아·중국의 정치·경제적 협력이 강화되면서 러시아 관련 거래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관계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이번 판다본드 발행에 참여하는 러시아 기업이 2~3곳으로 제한된다고 예측했다. 이어 유럽 등 많은 서방 국가에서 아직 제재를 받지 않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과 계열사들이 첫 발행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인도 투자자들, '판다 본드' 주목
FT는 서방 투자자들이 정부 제재로 인해 러시아 기업 투자를 꺼리고 있지만 중국이나 인도 투자자는 입장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022년 가즈프롬의 회사채 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인 ‘CC’로 평가하고 채무 이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 신용평가사 CSCI펑위안은 지난 6일 가즈프롬의 신용 등급을 ‘AAA’로 설정하고 향후 전망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베이징의 러시아 대사관에는 지난 7월에 40명 이상의 러시아 경영 관계자 및 중국 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러시아 기업의 신용도 개선을 논의했다. FT는 가즈프롬 외에도 로사톰 계열사인 아토메네르고프롬, 액화천연가스 공급업체 노바텍, 러시아 에너지 개발 업체 자루베즈네프트 등도 중국에서 신용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중국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누군가에게 쓰레기는 다른 이의 보물”일 수 있다면서 “피치의 고객들에게는 피치의 평가가 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국이나 인도 투자자들에게는 판다본드가 발행되면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판다본드와 관련해 중국 은행들을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법무법인 진청통다앤드닐(JT&N)의 앨런 웡 파트너는 판다본드를 취급하는 “중개사들이 여전히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2차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제재를 받지 않은 러시아 기업이 판다본드를 발행할 수 있지만 발행 이후 제재 목록에 오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웡은 제재없이 판다본드를 발행하려면 "추가적인 검토와 큰 틀에서 합의 이후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승인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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