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5년 9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 미국이 국방부 명칭을 갖게 된 것은 국제정치와 전쟁의 역사와 궤적을 함께 한다. 명칭 변경에는 국제안보적 의미도 있는 셈이다. 미국은 1789년 육군을 관할하는 전쟁부 출범, 1798년 해군부 출범 후 전쟁부 관할 조직의 확장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부는 해체되고 육군부와 해군부로 나뉘게 된다.
미국이 전쟁부에서 국방부로 그 이름을 바꾸게 된 배경은 크게 '군사관할 조직의 효용성'과 '군사전략의 진화'라고 규정할 수 있다. 조직적 효용성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1947년 국가군사기구(NME)를 통해 군사조직을 통합하여 합동성을 통해 억제력과 전쟁승리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군사전략의 진화는 국가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군사력을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군사력의 활용은 ‘방어’에 기반을 둔다는 진화적 개념 차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이기도 했다. 전후 전 세계 군 당국은 서둘러 작전계획, 군사전략에서 ‘공격’ 개념이 아닌 ‘방어’ 개념을 적용했고 이러한 기조는 결국 전 세계적으로 방어에 중점을 둔 군사정책과 군사훈련이 자리를 잡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전쟁부의 재등장으로 군사에 공격성이 부상하게 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부라는 용어로의 회귀 이유로 “방어 말고 공격도” 가능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트럼프가 조직적 차원에서 공격 기제를 들었지만 사실 과도기 국제질서라는 혼돈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무대에서도 방어 중심성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군사력을 공격자산으로 이용해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고, 북한은 이 침략전쟁에 파병군을 보내 전장의 핵심일원으로 이 공격에 방점을 둔 전쟁에 참가 중이다. 이스라엘도 중동지역에서 군사력을 공세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도 전쟁부 명칭 등장 이전에도 군사력의 방어 중심성 탈피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지난 2025년 6월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보내 이란 핵시설을 타격했고, 지난 9월 3일에는 베네수엘라 마약선박을 파괴하는 데 군사력을 투입했다. 미국은 이미 군사력의 공세적 활용을 시작했고, 이에 부합도록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데 미국을 포함한 이러한 공세성은 국제정치이론으로 적용해 보면 전 세계가 공격적 현실주의에 휩싸여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방어적 현실주의는 안보에 필요한 수준의 군사력만 보유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군사력의 방어 중심성이 조성되는데 주목한다. 반면 공격적 현실주의는 안보가 아니라 군사력 강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에 무한 군사력을 추구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공격 중심성이 부상한다는 데 주목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공격적 현실주의를 군사정책에 적용하는 상황은 전쟁시대의 부상 가능성을 높여준다. 공격적 현실주의 기제가 전면에 가동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종전 로드맵이 더 난해해지는 악순환에 직면하고 있다.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이미 대만 유사 가능성이 안보 우려로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면 미국이 국방부의 명칭을 전쟁부로 바꾼 것은 단순한 조직 명칭 변경을 넘어선 국제안보적 함의가 적지 않다. 전 세계에서 화약고 폭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은 한반도 안보와도 무관치 않다. 지정학적 융합 기제가 이미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와 억제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라는 예리한 안보관이 절실하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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