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9일 폐막
삼성·LG전자 AI 홈으로 유럽 B2B 사로잡아
中 기업 역대 규모로 참가 로청 등에서 혁신
삼성·LG전자 AI 홈으로 유럽 B2B 사로잡아
中 기업 역대 규모로 참가 로청 등에서 혁신
【베를린(독일)=임수빈 기자】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가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올해 전시회의 핵심 주제는 인공지능(AI)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생활가전에 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먼 미래가 아닌 현실 속에서 AI 홈이 구현되는 모습을 그렸다. 아울러 전체 참가 기업 중 3분의 1이 중국 기업으로 구성되면서, 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전시회 현장에 긴장감을 더했다.
삼성·LG 올해 전시 키워드는 AI와 '유럽 공략'
9일 업계에 따르면 IFA 2025 올해 전시는 '미래를 상상하다'를 주제로, 1800여 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앰비언트 AI'와 '일상 속 AI'를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며, AI 홈 비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앰비언트 AI' 기반으로 AI 홈이 작동하는 모습을 그렸다. '앰비언트 AI'는 사용자 일상에 스며들어 맞춤형 경험 제공하는 AI를 의미한다. 전시장 내 'AI 홈 리빙 존'에선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집이 먼저 알아서 움직이는 순간들이 목격됐다. 평소 사용하던 부모님의 가전 활동 데이터가 일정 시간 이상 감지되지 않자, 자녀들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가는 식이다. 로봇청소기가 반려견 짖는 소리를 듣고 가족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향후 AI 전략에도 속도를 낸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사장은 올해 첫 IFA무대에 서면서 AI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올해 안에 4억대 이상의 갤럭시 디바이스에 AI를 탑재해 삼성이 AI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한편, TV와 생활가전에서도 '맞춤형 AI'를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LG전자는 고객의 일상으로 다가온 'LG AI홈' 경험을 제시했다. 핵심은 연내 출시를 앞둔 AI홈 허브 'LG 씽큐 온(ThinQ ON)'다. LG전자는 고객이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LG AI홈' 솔루션과 유럽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AI 가전 신제품 25종을 선보였다. 요리·휴식·캠핑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시뮬레이션해 관람객이 직접 AI 홈을 경험토록 하고, 개인별 체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일상 분석 리포트도 제공했다.
양사 모두 올해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유럽 소비자들이 AI를 접목한 프리미엄 가전은 물론 에너지 효율이나 좁은 가옥 구조에 맞는 빌트인 가전 등을 선호하는 특징에 맞춰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유럽시장을 겨냥, AI TV 등 AI 가전, AI 휴대폰 등 신제품 및 기능을 대거 공개했다. 원(One) UI 8 기반 '갤럭시 탭 S11 울트라'와 '갤럭시 탭 S11', 보급형 라인업인 '갤럭시 S25 FE(팬에디션)'도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AI기반 갤럭시 S25 시리즈 및 폴더블폰으로, 애플을 제치고 현재 유럽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는 유럽향 냉장고, 세탁기 등 AI 가전 25종을 한번에 선보이며 유럽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냉장고는 유럽의 좁은 주거 공간과 높은 평균 신장을 고려해 설계됐다. 이에 제로 클리어런스 힌지를 적용해 제품을 벽에 제품을 밀착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프렌치 도어는 110도까지 열리도록 개선됐다.
이에 현장에서도 양사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카이 베그너 독일 베를린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부스를 잇따라 방문해 양사의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온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제품 앞에서 각 사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출시일은 언제냐", "가격은 얼마냐" 등 궁금증을 쏟아냈다. 삼성전자의 B2B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비즈니스 공간 테이블은 빈 자리 없이 채워졌고, LG전자도 전시관 내 B2B 고객 전용 상담으로 역대 최대인 1762㎡의 공간을 마련해 현지 회사들과의 접점을 늘렸다.
中, 美보다 장벽 낮은 유럽시장에 눈길
중국 기업의 약진도 돋보였다. 올해 IFA 참가사 1800여 곳 중 약 700곳이 중국 기업으로, 전시장 3곳 중 1곳을 차지할 만큼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중국 기업에게 유럽 시장은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기업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게) 관세와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보다 유럽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신제품이나 기술을 유럽서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가전사들은 이번 IFA에서 일제히 프리미엄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저가 브랜드, 카피캣(모방) 등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TV 시장에서는 적·녹·청(RGB)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OLED 등 기술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RGB LED 칩 크기를 10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인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한 가운데, TCL은 약 2억6000만원 대 163인치 RGB 마이크로 LED를 전시하며 관련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유럽 고객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 유명 축구선수들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고, 하이센스와 모바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해 '첨단 기술 기업' 이미지 강화에 힘썼다.
다만 저가 브랜드, 카피캣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하이센스가 현장에 배치한 캔버스 TV는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이나 LG전자 '스탠바이미'를 연상케 했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일부 제품이 현장에서 말을 잘 듣지 않아 시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중국산 로봇청소기 브랜드 제품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보안에 대한 우려도 남은 상태다.
한편, 밀레·보쉬 등 유럽 전통 강호들도 AI를 앞세워 대응에 나섰다. 밀레는 새로운 인덕션 제품군 'KM8000 시리즈' 등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 '에너지 히어로즈'를 통해 최고 효율 등급인 A등급보다 40% 더 효율적인 세탁기와 성능을 10% 높인 식기세척기를 선보이며 시장 방어에 힘썼다.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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