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혜진 특파원】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퇴임 발표로 재정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8일 일본 증시가 1% 넘게 뛰었다. 반면 엔화 매도가 이어지며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45% 오른 4만3643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2.32포인트(1.00%) 오른 4만3451.07에 장을 시작했다. 이후 상승폭을 늘리다 오전 9시42분께 전 거래일 대비 816.62포인트(1.89%) 뛴 4만3835.37을 기록하며 지난달 18일 세운 사상 최고치(4만3714)를 넘어서기도 했다.
토픽스지수(TOPIX)는 전거래일 대비 32.89p(1.06%) 오른 3138.20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월 18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3120.96)를 뛰어 넘은 수치다.
시장에서 '포스트 이시바'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매수세가 강해졌다. 일본 여당은 중·참의원 양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야당의 협력을 얻기 위해 보다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후보들도 재정 확장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언론들이 주목하는 유력 후보 2명은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44) 농림수산상이다.
닛케이가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인물로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23%,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22%의 지지를 받았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의 경우 ‘여자 아베’라고 불릴 정도로 아베노믹스를 옹호하는 인물이다. 중앙은행 초저금리 정책 유지를 주장하며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를 지지해왔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역시 노동시장 개혁 가속 등을 배경으로 성장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재정 확대 기대감은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48엔56전까지 하락했다. 지난 5일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하자 일시적으로 146엔대 후반까지 강세를 보였다가 다시 약세로 전환됐다.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지표 이후 달러가 약세를 보였지만 엔화는 오히려 약세 흐름을 보였다"며 "정치적 불안정과 재정 불균형 우려로 인해 엔화는 당분간 달러 대비 매수 매력이 낮은 통화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향방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정국 불안으로 BOJ가 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 인상 시점이 지연되거나 기준금리를 올려도 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BOJ의 금리인상에 대해 '지나치게 빠르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이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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