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트빌리시(조지아)=이환주 기자】지난 8월 29일, 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대형마트 까르푸. 금발의 조지아 여성이 오뚜기 진라면 매대 앞에서 한국 라면을 살펴보고 있었다. 인구 약 380만명의 소국으로 시장 규모는 작지만, 인근 러시아를 통해 건너온 K스낵과 K라면 등은 조지아 전역의 대형 유통 채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팔도 도시락 등이 대표적이다. 조지아 국민들은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어 반러 감정이 강하지만 K라면과 K푸드 사랑은 동일했다.
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아시아 말단에 위치한 조지아는 시장 규모가 작고, 물류 통관 비용 절감을 위해 러시아 총판 물량을 재수출 하는 방식으로 K푸드가 공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국민 라면 반열에 오른 팔도 도시락 컵라면의 경우 조지아의 대형마트, 슈퍼, 휴게소 등 각종 유통 채널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조지아의 대표 유통 채널은 △데일리 그룹 △오리 나비지 △니코라 슈퍼마켓 △까르푸 △아그로허브 등이 있다.
기자가 방문한 조지아의 카르푸는 프랑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대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마지드 알푸타임(MAF) 그룹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조지아에는 카프루 간판을 단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총 90여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팔도 관계자는 "조지아에 수출되는 도시락 라면은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유통 판매 중"이라며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에서 60%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이자 일부 러시아 사람은 '라면'을 '도시락'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도시락 라면은 2005년 연매출 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16년 처음으로 연매출 2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성장 중이다.
오뚜기도 진라면 용기면 및 봉지라면, 김치라면 등을 조지아 현지에서 판매 중이다. 현지 마트에서 판매되는 큰 컵 진라면 가격은 7.55라리(3800원) 정도로 한국과 비교해도 비싸다. 현지 마트에서 판매 중인 중저가 와인 1병이 15라리(7600원) 인점을 고려하면 컵라면 2개로 와인 1병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조지아의 1인당 GDP(2024년 기준)는 약 6840달러로 한국의 4분의 1수준 임을 고려하면 K라면에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조지아는 연매출 20억원 수준으로 러시아까지 포함하면 약 200억원의 매출이 나온다"며 "극동지방은 마요네즈, 케찹 등 소스류가 주력이고 러시아 서부와 조지아는 라면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후레쉬파이, 초코송이 등도 조지아의 유통 채널 대부분에 깔려 있다. 초코파이 해외 매출 비중은 약 67%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에서만 약 16억개의 초코파이가 판매됐는데 이는 전세계 판매량의 약 40%에 해당한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동일 제품군 내에서 러시아 시장 점유율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는 조지아 정부와 2만 1535개 품목의 관세를 10년 내 철폐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었다. 현재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외에도 K푸드, K뷰티에 대한 관세 철폐로 양국간 무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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