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침수만 4년째"…전북 강타한 집중호우에 '또' 잠긴 비닐하우스

뉴시스

입력 2025.09.08 16:04

수정 2025.09.08 16:04

지난 6~7일 전북에 최대 290㎜ 넘는 호우
[익산=뉴시스] 강경호 기자 = 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한 비닐하우스 내의 방울토마토가 지난 6일과 7일 내린 호우로 인해 시들어있다. 2025.09.08. lukekang@newsis.com
[익산=뉴시스] 강경호 기자 = 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한 비닐하우스 내의 방울토마토가 지난 6일과 7일 내린 호우로 인해 시들어있다. 2025.09.08. lukekang@newsis.com

[익산=뉴시스]강경호 기자 = "지금 거의 4년째에요. 저거(배수로) 공사하고 맨날 물에 잠겨."

지난 6일과 7일 전북을 강타한 호우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지대가 낮아 침수 피해에 취약한 전북 익산시 망성면 일대 비닐하우스 농가 주인들은 매년마다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8일 오후 2시께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교차하는 농로 사이 수많은 비닐하우스들이 놓여있다.

농로를 걸으며 비닐하우스 사이로 난 창으로 내부 모습을 살펴봤다. 멀쩡하게 작물이 자라는 곳은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비닐하우스 내부 고인 물과 함께 헝클어진 흙밭의 상태는 며칠 전 내린 호우가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비닐하우스 안은 이미 비를 맞아 상해버리자 땅으로 떨어진 후 말라 비틀어져 보이는 듯한 방울토마토 몇 방울이 보였다.

[익산=뉴시스] 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한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겨 사이에 쳐놓은 검은색 커버가 물이 찼던 높이까지 흙색으로 물들어 있다. 2025.09.08. lukekang@newsis.com
[익산=뉴시스] 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한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겨 사이에 쳐놓은 검은색 커버가 물이 찼던 높이까지 흙색으로 물들어 있다. 2025.09.08. lukekang@newsis.com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김수준(46)씨는 "지금 안에 저게 다 토마토들 죽은거다"며 내부 모습을 보여줬다.

재배지 위로 비닐을 한 꺼풀 덮고 구멍을 틔워놓은 이 하우스는 원래였다면 구멍 사이로 방울토마토가 자라 열매가 맺혀있어야 했지만, 이미 잎줄기들은 색을 잃고 옆으로 힘없이 누워있었다.

차광과 보온을 위해 비닐하우스 입구에 달아놓은 하얀 이불은 아랫부분이 흙이 묻으며 못 쓸 상태가 됐다. 김씨는 이 이불을 불과 일주일 전에 설치했다고 한다.

비닐하우스 입구는 빗물이 다 마르지 않아 갯벌을 짐작케 하는 수준으로 변했다.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들어갔지만 그때마다 진흙밭에 신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내딛기도 힘들었다.

김씨는 "어제는 거의 발목까지 물이 찼다 지금은 물이 다 빠졌긴 한데, 땅이 마르려면 한참 걸린다"며 "지금 여기 4동, 뒤에 8동, 다른 쪽 2동 토마토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9월이 되면 땅도 안 마른다. 푹푹 찌는 날이어야 땅이 말라서 새로 토마토를 심든가 할 텐데, 지하수도 올라오고 햇빛도 적어지니 땅이 마르기가 힘들다"며 "이 상태에서 지금 뭔 일을 할 수 있겠냐. 직원이 10명 정도 되는데 다들 (숙소에서) 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전부터 지속된 망성면 일대의 침수 피해에 대해서도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침수 원인이 몇 년 전 시작된 배수로 공사부터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긴 게) 벌써 4년째다. 올해는 좀 피해가 덜한데 지난해 7월에는 무릎까지 물이 차고 9월에는 정강이까지 찼다"며 "지금 저기 검정색 비닐 씌운 것 보이느냐. 저기서 하얗게 흙이 묻은 곳까지 물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저기 도로 건너편 큰 길에 배수로 공사하면서 여기로 물이 흘러들어와가지고 맨날 잠긴다"며 "그 전까지는 피해가 없었는데, 공사 이후부터 저기는 물이 잘 빠져도 그 물이 다 여기로 들어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6일부터 7일 이틀간 전북은 서부권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29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틀간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은 군산 296.4㎜, 익산 함라 256.0㎜, 완주 구이 213.5㎜, 김제 209.0㎜, 전주 완산 195.0㎜, 임실 신덕 173.5㎜, 진안 156.5㎜, 순창 복흥 133.5㎜, 정읍 태인 129.0㎜ 등이다.


상가, 주택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북 곳곳에서는 침수피해가 발생했으며 121명의 도민들이 대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전북도가 잠정 집계한 농작물 피해는 모두 4291.6㏊로, 품종별로는 벼 3226㏊, 논·콩 799.1㏊, 상추 102㏊, 토마토 25.1㏊, 딸기 23.3㏊, 대파 20㏊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익산=뉴시스] 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한 비닐하우스에 차광과 보온을 위해 설치한 흰색 이불 아래쪽이 집중호우로 인해 누렇게 물들어 있다. 2025.09.08. lukekang@newsis.com
[익산=뉴시스] 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한 비닐하우스에 차광과 보온을 위해 설치한 흰색 이불 아래쪽이 집중호우로 인해 누렇게 물들어 있다. 2025.09.08. luke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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