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국민이 주인인 나라엔 우주가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8 18:10

수정 2025.09.08 18:52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지난 8월 13일 이재명 정부 5년간의 국정운영 계획에 대해 대국민보고대회가 개최되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국가비전을 내걸고 123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우주항공 분야 전문가들의 기대와 열망과는 달리, 국정기획위 위원에 자타가 공인하는 우주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타이틀로 내건 세부과제는 없었다.

국정과제는 대선 당시 내걸었던 선거공약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정부가 임기 중에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책을 선언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사업이다. 거기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물론 취임 당시의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어 국정과제만 보더라도 대통령 임기 동안의 국정기조와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국정과제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산업 및 기업환경 변화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초기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우주'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다. 세부과제 목표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기초·원천 기술 개발의 세부과제 아래 우주기술을 자립화하는 항목이 담겨 있었다. '우주'가 본격적인 국정과제 목표로 제시된 것은 박근혜 정부부터이다. '우주기술 자립으로 우주강국 실현'이란 표제의 과제는 달탐사 계획 추진에 정책적 근거를 제공하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달 탐사선을 보낸 국가로 우주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전환점을 제공하였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정권을 이양받은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철학의 근간으로 삼아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우주'가 포함된 세부과제는 없었다. 오히려 임기 초기 전 정부에서 수립되었다는 이유로 달탐사 계획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일부 관료들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지표로 다시 '우주'를 내걸었다. '우주강국 도약과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표방하는 이 과제는 우주항공청 설립이라는 우주항공 분야 종사자들의 오랜 염원이 해결되는 이정표를 마련해 주었다.

역대 정부의 국정과제를 비교해 보면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주'를 세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던 보수정부들의 국정과제 비전은 하나같이 '국가' 또는 '대한민국'을 앞서 표현하였다. 반면 현 정부를 포함한 진보정권의 국정과제 비전에 표현된 키워드는 '국민과 함께' '국민이 주인' 등 국민이 국가보다 먼저 표현되었고, 이들의 국정과제에는 공통적으로 '우주' 관련 세부목표가 없었다.

최근 10여년간 두 차례의 탄핵정국과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것을 정치화'하거나 정부의 개입이 당연시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디지털 대전환기에 추구해야 할 진정한 시대정신과 사회적 목표에 대한 담론이 부족하였던 건 사실이다.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주인이 될 새로운 시대는 인공지능(AI), 에너지, 모빌리티, 6G 등 모든 신산업이 우주로 연결되는 시대이다. '우주'가 국민생활의 중심에서 시대정신의 키워드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는 당연히 '우주'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